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여온 손해보험사들이 사업비 지출을 부쩍 늘리고 있다. 사업비는 대부분 설계사 수수료·시책(인센티브) 지급에 쓰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부추겨 가입자에게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왼다.
14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메리츠화재(000060)의 사업비율은 28.7%를 기록, 3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보험사 미래 이익에 기여도가 높아 다툼이 치열한 장기 인보험 부문의 사업비율은 30%를 넘겼다. 보험료 대비 사업비 지출을 의미하는 사업비율은 높을수록 보험사의 손익관리 측면에서 부정적인데다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화재(000810)나 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 등 주요 손보사의 총 사업비율은 20~23% 수준이지만 증가 추세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7년 사업비율이 20%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20.9%까지 늘었다. 자동차보험 온라인 판매 확대 등으로 아낀 비용을 인보험 쪽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사업비율은 2·4분기 17.1%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줄었지만 장기 인보험 사업비율은 21.7%에서 22.1%로 늘었다.
삼성화재는 9일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회사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비 지출을 통한 점유율 경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2·4분기에서 올 2·4분기 사이 현대해상의 장기 사업비율도 20.4%에서 22.7%로, DB손보는 19.9%에서 21.9%로 상승했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늘어난 설계사 수수료만큼 신계약도 증가하는 즉각적인 효과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GA 수수료 지급을 늘린 덕에 올 상반기 장기 인보험 신계약 매출이 전년보다 33% 늘어난 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으로는 130억원을 기록, 1위인 삼성화재(133억원)와의 격차가 바짝 좁혀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험 소비자, 주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손보사들의 경쟁이 2·4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신계약 1억원당 약 1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에 고비용을 들이면 결국 보험료 인상,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주요 손보사의 사업비 과다 지출을 제재했었고 지난 1일에는 설계사 수수료 한도 신설과 분할 지급을 골자로 하는 보험사 사업비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오는 2021년 시행되기 전까지사업비 경쟁이 오히려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