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4일 밤 개최된 ‘한미동맹해체, 미군 없는 한반도 실현, 아베 규탄 2019 자주통일대회’에서 주한미군과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변재현기자
서울시가 정치 시위를 불허하는 광화문광장에서 14일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이석기 석방대회’에 이어 또 다른 형태의 변칙 정치 집회가 개최된 것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4일 밤 개최된 ‘2019 자주통일대회’에 ‘한미동맹해체, 미군 없는 한반도 실현, 아베 도발 분쇄’라고 쓰인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변재현기자
민주노총 등 52개 진보단체의 연합체인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저녁 7시 광화문 북쪽 광장에서 8·15 전야제를 개최했다. 주제는 ‘한미동맹해체, 미군 없는 한반도 실현, 아베 규탄 2019 자주통일대회’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과 무기 강매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한다며 규탄하는 내용의 영상이 상영됐다. 이 외에도 자유한국당을 ‘미일을 추종하고 매국을 일삼는다’고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4일 밤 개최된 ‘한미동맹해체, 미군 없는 한반도 실현, 아베 규탄 2019 자주통일대회’에서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변재현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일제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미국이 들어왔다며 미군을 몰아내야 진정한 해방이 온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갔다. 제주 4·3 사태와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교하기도 했다.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를 개사해 “요리보고 조리봐도 자한당은 토착왜구”라고 비판하기도 했으며 총선은 ‘한일전’이니 한국당에 투표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제재와 전쟁연습, 일본 아베 정부의 군국주의 부활 음모로 인해서 한반도는 다시한번 평화를 위협받고 침략의 기운을 높이고 있다”며 “투쟁하는 광복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1조는 광장의 사용 목적을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정치적 목적의 집회는 허가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이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서울시의 허가 없이 광장을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서울시장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서에 한미 동맹 해체 등의 ‘정치적 목적’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일 문화제 전야제 행사를 하겠다고 신고했다”며 “(주한미군철수와 관련한)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신청서만 보고 (광장 사용 기준에) 맞다 안 맞다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확보한 광장 사용 신청서에는 행사 주최자가 민중공동행동이 아닌 6·15 남측 위원회로 돼 있고 행사 내용은 “광복 74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모으고 일제로부터 해방된 자주독립정신을 담은 ‘문화제’를 진행하겠다”로 명시돼 있었다. 결국 지난달 ‘이석기 석방대회’와 유사한 변칙 정치 집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적극적 행정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7년 광복절에도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해 ‘한미연합 전쟁연습을 즉각 중단하고 사드 대신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주장한 바 있어 서울시가 주최 측에 상세 프로그램을 요청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광화문광장에서는 최저임금 문화제 등 각종 정치적 집회가 열렸지만 서울시는 사용허가를 취소·정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