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축사 진단]"韓日 확전 자제 긍정적…외교적 해결 의지 행동으로 옮겨야"

[文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서경 펠로·전문가 진단
"외교 차관급 대화로 실마리…말로서만 그쳐선 안돼
日에만 유연성 요구 말고 우리도 전향적 자세 가져야
북핵·평화경제엔 아직도 희망만…구체적 계획은 없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전문가들은 일단 한일 갈등의 확산을 자제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외교적 해결 의지가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또 북한 문제는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먼 희망 사항이 많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15일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문제 해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같아 비교적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최근 문 대통령이 극일을 강조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본과 협상할 수 있는 출구를 막아 버릴까 걱정했는데 무난했다”며 “학점으로 따지면 ‘B’”라고 진단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강 대 강에서 협상 기조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화를 하겠다는 자세는 어찌 됐든 긍정적이지만 이럴 거였으면 그동안 왜 그렇게 일본에 날을 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이 대일 전향적 자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진 위원은 “광복절 경축사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일본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다면서도 물밑 대화가 잘 안 되면 강경 기조로 돌아서고는 했는데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놓고 일본과 끈질긴 협상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방에게만 유연한 태도를 요구하지 말고 우리도 유연해져야 한다”며 “한일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세부적으로 한일 외교 차관급 대화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일본 외무성 차관과 대화를 하려다가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산됐다고 하는데 양국 외교 차관급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전에 만난 과장급 회동은 급이 너무 낮고 장관급에서 만났다가 이야기가 틀어지면 다시 봉합하기가 쉽지 않으니 차관급에서 실무적으로 교집합을 찾고 이후 장관급·정상급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 중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지적사항이 많이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평화경제, 북핵 문제에 대해 아직도 기개와 희망적 상상만 담겨 있고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역량을 합치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며 “한반도가 통일까지 되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의 해답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도 “북한 비핵화는 요원하고 미국에 마냥 맡길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론 대통령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줘야 하지만 대선 공약 때의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관계와 관련해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며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평화경제가 시작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통일이 우리 앞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이념에 사로잡혔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원인 제공은 북한이 했는데 이를 국내 일부 세력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태규·하정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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