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장단기 금리역전에도 美 깜짝 소비반등했지만…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美 2년·10년물 금리역전에 금융시장 요동
美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성장률 전망 상향
역전현상 잦아들면서 주가 안정 되찾아
“양적완화 때문에 금리역전 안 맞을 수도”
글로벌 경제 빨간불 켜진 것 부인 어려워
韓 펀더멘털·평화경제 과신땐 위기 맞을 수도


지난 14일(현지시간) 국제 금융시장은 미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 역전 소식에 크게 요동쳤습니다. 장기 국채금리가 단기물보다 낮아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전세계로 퍼졌기 때문이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단기보다 장기 채권의 금리가 높아야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돈이 묶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게 뒤바뀐다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뭔가 이상한 일’ 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상한 일이라는 게 뭘까요. 바로 경기침체입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주요 지수가 3% 넘게 폭락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합니다. 이 분석은 꽤 설득력이 있는데 지난 1978년 이후 2년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평균 22개월 뒤에 경제침체가 찾아왔습니다.


美 소비 예상보다 탄탄…경제성장 전망 1.7%→2%

여기까지는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같은 흐름에 반대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7월 소매판매 실적을 내놨는데 전달과 비교해 0.7%나 증가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0.3% 증가였는데 이를 크게 웃돈 것이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4%나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소비가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소비의 나라’인 만큼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소비가 차지합니다. 거꾸로 소비가 좋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당분간 탄탄하게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헷갈리기는 미국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크로이코노믹스가 소비지표가 올라가자 미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0%로 높였다”고 전했습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채권시장의 우려만큼 경기가 나쁘지는 않다”며 “월마트 같은 소매업체의 실적도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지표가 좋게 나오자 이날 뉴욕증시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0.39%)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0.25%)도 다시 올랐습니다.

이런 흐름은 16일에도 이어졌는데요,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06.62포인트(1.20%) 상승한 25,886.01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S&P와 나스닥은 각각 1.44%와 1.67% 상승했습니다.


채권시장도 다소 잠잠해졌습니다.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는 금리역전에서 벗어나 거꾸로 격차(정상 상황)를 0.06%포인트로 확대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2% 선 아래로 떨어졌던 미 국채 30년물 금리도 다시 2%대로 반등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풍부한 유동성에 지표 안 맞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양적완화(QE)로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미 2년과 10년물 국채금리 역전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QE 때문에 예전과 달리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이 안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그는 장단기 금리역전 소식에 전해진 뒤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경기침체 지표로 신뢰하는 것이 이번에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위에 설명해 드렸듯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장기채와 단기채 사이의 금리 차이가 워낙 좁혀진 상태라 역전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전에는 맞았을지 모르나 앞으로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린 돈은 너무나 많고 투자할 곳이 없다 보니 장기채에도 자금이 많이 쏠린다는 것이죠. 실제 전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채권 규모가 15조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돈을 까먹는 곳에도 투자할 정도니 장기채는 말할 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경제전문가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전 한미은행장) 교수가 최근 “한국은 사면초가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中·獨 주저 앉으면서 글로벌 경제 ‘빨간불’…韓은 사면초가

그럼에도 이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글로벌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것이죠.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가 올지 안 올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세계경제에 경고신호가 들어왔다는 것만큼은 맞다”고 했습니다.

실제 미국을 제외한 세계경제의 주요 두 축인 중국과 독일 경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 4위 경제대국이면서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감소하면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독일 경제가 3·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독일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명백한 경기침체가 됩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전 분기 대비 0.2% 성장에 그쳐 1·4분기(0.4%)에 비해 속도가 둔화했습니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1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에 그쳤는데요 미중 무역갈등이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과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경제가 다시 한번 큰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나라입니다. 이 같은 세계경제 흐름 탓에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면서 북한과의 평화경제로 장기경제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정부는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외쳤습니다.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번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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