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 루카스 모라(왼쪽)가 18일 EPL 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 후반에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맨체스터=EPA연합뉴스
좋은 판이 깔렸다. 이제 지난 시즌 토트넘 최고 선수 손흥민(27)이 뛰어들 차례다.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토트넘은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순조롭게 출발했다. 지난 시즌이 정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초반 흐름이 좋다. 새 시즌 개막전에서 애스턴 빌라를 3대1로 물리쳤고 18일(한국시간)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에서 대패 예상을 깨고 2대2로 비겼다. 다음 일정은 오는 26일 뉴캐슬과 3라운드 홈경기다. 지난 시즌 최종전과 올 시즌 2경기를 결장했던 손흥민이 이 경기부터 가세한다.
손흥민은 EPL 진출 4년째인 2018~2019시즌 최고의 순간들을 보냈다. EPL 12골 6도움 등 시즌 전체 20골을 올렸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연거푸 결정적인 득점에 성공하며 토트넘을 창단 첫 챔스 결승에 올려놓았다. 첼시전 득점이 11월 EPL 최고의 골로 뽑히는가 하면 토트넘 팬 선정 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지난 시즌 퇴장에 따른 총 3경기 출전 정지가 아쉽기는 하지만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일정으로 심신에 여유가 없던 지난 시즌과 다르게 충분히 쉬면서 새 시즌을 준비했다. 오히려 기대가 더 큰 이유다. 또 우려와 달리 토트넘은 손흥민과 델리 알리(햄스트링 부상) 없이 나선 첫 2경기를 잘 치렀다. 손흥민은 무거운 책임감 대신 부푼 설렘을 안고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맨시티전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한 전문가가 맨시티의 4대1 승리까지 예상한 경기였다. 지난 시즌 맨시티와 챔스 8강 2경기에서 3골을 폭발한 손흥민의 부재를 토트넘은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상당수 매체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슈팅 수에서 3대30,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 2대10, 상대편 페널티 박스에서의 볼 터치 5대52 등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토트넘은 전반 20분 만에 1라운드 해트트릭 주인공 라힘 스털링에게 헤딩 선제골을 맞았으나 3분 만에 에릭 라멜라의 중거리 동점골이 나왔다. 34분에는 세르히오 아궤로에게 득점을 허용했으나 후반 11분 루카스 모라의 동점골이 터졌다. 상대 플레이메이커 케빈 더브라위너에게 번번이 뚫려 후반 초반까지만 보면 1대4 대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19초의 기적’과 비디오판독(VAR)이 토트넘을 구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해리 윙크스를 빼고 넣은 모라는 투입된 지 불과 19초 만에 라멜라의 코너킥을 머리로 마무리했다. 172㎝로 키가 크지 않은데도 가까운 골 포스트 쪽으로 잘라 들어가며 허를 찔렀다. 맨시티 가브리에우 제주스는 후반 추가시간에 골망을 흔들었지만 그 전에 에므리크 라포르트가 코너킥을 떨어뜨려 주는 과정에서 머리가 아닌 왼팔에 맞은 사실을 VAR가 잡아내 득점이 무효 처리됐다. 지난 시즌 토트넘과 챔스 8강 때도 VAR에 발목 잡혔던 맨시티다. 결승골이 될 수 있었던 스털링의 2차전 추가시간 득점이 무효가 되면서 4강행에 실패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과거 토트넘 선수의 핸드볼은 잡아내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VAR의 일관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포체티노 감독은 “VAR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여유롭게 농담을 던졌다.
한편 토트넘이 구단 최고 이적료인 6,000만유로(약 815억원)를 들여 프랑스 리그앙 리옹에서 데려온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는 이날도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라멜라의 득점을 어시스트해 스카이스포츠 평점 7점을 받았다. 2경기 1골 1도움으로 완벽에 가까운 적응력을 보이면서 돌아올 손흥민의 새로운 ‘특급 조력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