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문희상(왼쪽)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오찬에서 문 의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의장 주재로 오찬 회동을 갖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 일정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법에 따라 정해진 기한, 즉 8월 중에 청문회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여당과 철저한 검증을 위해 오는 9월 초 청문회를 진행하자는 자유한국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정국의 후폭풍을 추석까지 가져가 밥상머리 민심 경쟁에서 고지를 점하고 9월 정기국회를 본격 총선 모드로 가져가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찬 회동을 가진 여야 원내대표는 인사청문 일정을 조율하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식당을 나왔다. 앞서 문희상 의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도 회동했으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해 대화에는 진전이 없었다. 3당 간 합의가 이날도 이뤄지지 않아 조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장관급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산 심사, 이달 말 종료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안건 처리 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송부된 지 15일 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하고 20일 내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원칙상 국회는 다음달 2일까지 청문회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9월 초 인사청문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충분한 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어 추석 민심과 9월 정기국회, 나아가 여권의 총선 전략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일 국회가 법적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후보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송부 하지 않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1회에 한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야당은 대통령의 임명 강행, 9월 정기국회 파행과 같은 시나리오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민주당은 ‘법대로 하자’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원내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하고 조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공세와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송기헌 법사위 간사는 “법대로 하면 청문요청안 접수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30일”이라며 “30일까지 청문회를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30일 의원 워크숍이 있지만 (한국당이 30일로 하자고 하면) 그날이라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정개·사개특위 문제와 연계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카드로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정개·사개특위 활동 시한은 이달 말 종료된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 정국을 최대한 미뤄 타격을 입히고 이를 지렛대 삼아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