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조현준(왼쪽) 효성 회장 등과 함께 수소저장용기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효성(004800)이 탄소섬유에 1 조원 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미래산업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28년까지 탄소섬유 양산 규모를 12배 늘린다면 수소차는 물론 항공우주, 방산 등 국내에서 사용되는 탄소섬유의 대부분을 국산화할 수 있다. 탄소섬유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 전주에 위치한 효성첨단소재 공장을 직접 찾아 아낌없는 덕담을 건냈다.
문 대통령은 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 참석 “효성은 첨단소재 해외 의존을 탈피하고 자립화하겠다는 각오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으며 지자체와 정부도 적극 뒷받침했다”며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 비상한 각오와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소재의 국산화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투자효과가 기대된다”며 “인근에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도 곧 조성돼 명실상부한 ‘탄소소재 복합 클러스터’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수소경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탄소섬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소재 사업 육성을 통한 미래 신산업 발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수소차는 앞서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그 핵심소재가 바로 탄소섬유이며 미래 자동차로서 수소차의 수요가 늘면서 탄소섬유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핵심소재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줄여야 하며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통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효성의 탄소섬유 사업등 소재사업 지원을 위해 △100대 핵심 전략품목에 7년간 7~8조원의 예산 투자 △자립화가 시급한 분야에 대한 예타면제 추진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 통한 산업 생태계 개선 △다양한 실증사업과 테스트베드 구축 △탄소산업 전문인력 양성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탄소섬유 후방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수소경제로 탄소섬유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이어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1등이 가능한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 녹록지 않은 경제환경 속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자는 취지에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 회장은 탄소섬유로 제작한 등산스틱을 문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대통령께서 등산 좋아하시는데 나중에 개마고원 트레킹 갈 때 우리 제품 좀 써달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아울러 효성·전라북도·전주시 등 정부와 지자체 간 ‘신규 증설 및 투자지원을 위한 투자 협약식’외에 산업통상자원부·효성·일진복합소재·KAI 등 탄소소재 관련 기업 간 공동 테스트 등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얼라이언스 양해각서(MOU) 체결식’도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효성의 탄소 공장 증설로 한국이 미래 산업 주도권 다툼에서 한 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와 건축용 보강재에서부터 스포츠레저 분야,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산업에 사용되는 ‘꿈의 신소재’로 분류된다. 철과 비교해 7배의 탄성을 갖고 있으며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이 훨씬 뛰어나 ‘미래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조현준(왼쪽) 효성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탄소섬유 활용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날 조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탄소섬유로 만든 등산용 스틱을 선물하며 “대통령께서 등산을 좋아하시는데 나중에 개마고원 트레킹 갈 때 우리 제품 좀 써달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전주=연합뉴스
특히 탄소섬유는 수소경제 시대의 핵심소재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지난해 약 1,800대 수준이던 수소차 보급 대수를 2022년까지 약 8만1,000대, 2040년에는 약 62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탄소섬유는 일반 공기보다 수백배의 고압을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의 강도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소재로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 이용에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이 120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탄소섬유 시장은 도레이·토호·미쓰비시레이온 등 3개사가 글로벌 탄소섬유 생산량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일본의 수출규제로 수소차 등 국내 신성장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탄소섬유는 항공, 우주, 방산 등에 사용되는 소재로 전략물자로 분류돼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 개발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효성은 지난 2011년 전라북도·전주시·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과 협업을 통해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탄소섬유 ‘탄섬(TANSOME®)’을 개발해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중이다.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 개발이다. 특히 효성 측 계획대로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탄소섬유의 일본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양지윤기자 chopin@sedaily.com
효성 전주공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