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 내부 전경. /서울경제DB
다음달 초 예비입찰이 진행되는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전에 또 다른 장애물이 등장했다. 4조원이 넘는 리스부채 중에서 1조원가량이 다른 부채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자동상환해야 하는 부채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최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비싼 몸값과 항공산업의 위축 등 다른 걸림돌도 산재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반기보고서를 통해 1조1,021억원의 리스부채가 타 채무에서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할 경우 기한이익이 자동 상실되는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기한이익 상실이란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1·4분기 사업보고서 당시만 하더라도 해당 부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1·4분기는 항공기 운용리스의 회계기준 변경이 적용된 첫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시기다. 운용리스에서 리스부채로 새로 편입된 부채 규모는 1조5,002억원이다. 7조원 수준이던 부채 규모도 단숨에 10조원 턱밑까지 올라섰다. 625%였던 부채비율이 895%로 치솟으면서 인수후보들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리스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구조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로스디폴트 조항이 포함된 1조원가량의 리스부채는 짧게는 2017년, 길게는 2014년부터 재무제표를 통해 규모와 이자율 등이 공시됐었다. 매해 공개되는 재무제표에 계속 이월돼 기재돼왔던 부채였다. 뒤집어 말하면 아시아나항공이 3~5년간 이 리스부채에 조기상환 트리거(방아쇠)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감춰왔던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 트리거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3월 2018회계연도 감사보고서 공개 당시 회계 논란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겪었다. 감사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은 뒤 당기순손실이 급격히 증가한 재무제표를 다시 공시한 게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박삼구 회장이 경영진에서 물러났고 결국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전락했다. 이후 채권단의 지원으로 상황을 벗어났지만 이번 공시를 통해 여전히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새로운 1조원 조기상환 트리거의 등장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우선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31%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신주 발행 등을 포함한 매각가격은 적게는 1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불황으로 2·4분기 1,240억가량의 영업 손실까지 기록한 상황이다. 또 리스부채의 높은 이자율 등으로 올해 반기 기준으로만 837억원을 썼다. 이는 부채 규모가 두 배가 넘는 대한항공(306억원)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조기상환 트리거가 포함된 1조원 규모의 추가 부채가 드러난 만큼 인수 후보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1·4분기에 회계 이슈가 있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런 내용을 (연결 재무제표에 처음으로)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