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아마존의 M&A, 신의 한수는?

고동우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M&A 담당

고동우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M&A 담당

기업의 경영전략 수립 시 흔히 하는 고민이 있다. ‘미래 경영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전략은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가.’ 그러나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향후에도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를 찾는 것이 경영 전략 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경영이념은 아마존의 과거 인수합병(M&A) 이력을 살펴볼 때 극명히 드러난다. 아마존은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여전히 주력인 리테일 사업에서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때로는 대담하게 M&A 투자를 집행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 매출 약 2,330억달러, 영업이익 약 120억달러를 달성한 ‘빅테크’ 기업이다. 2008~2018년 M&A 누적 투자액수는 약 200억달러로 아마존이 M&A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시장의 시선이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아마존의 대담함이 느껴진다. 2017년 6월 인수한 홀푸드(미국 오프라인 유기농 식품 판매점)의 인수 금액은 약 140억달러로 지난 10년간 누적 M&A 투자액의 약 67%에 해당되는 수치다. 온라인 쇼핑몰부터 인공지능(AI)·로봇·클라우드·헬스케어 등 광범위하게 사업을 확장 중임에도 아마존은 여전히 주력인 리테일 사업 강화를 위해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베이조스가 생각하는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와 홀푸드 M&A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베이조스가 생각하는 아마존의 주력 사업은 여전히 리테일이다. 그렇다면 리테일 사업에서 베이조스가 생각하는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란 무엇일까. 그것은 고객 관점의 가치에 해당하는 ‘낮은 가격,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요약된다.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로 리테일 상품 구성을 신선식품까지 확대했다. 또한 기존 온라인 채널 고객 트래픽을 활용해 신선식품의 교차 판매를 유도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 고객의 상품 구매가격을 낮추고 있다. 추가로 기존 물류 창고를 이용한 빠른 배송 서비스와 신선식품 배송 간 서비스 결합을 시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국내외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월 가입형 유료 구독 경제 서비스 ‘프라임 서비스’를 확대해 추가적인 서비스 매출을 달성 중이다. 결국 아마존의 대담한 투자 결정은 주력 사업에서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던 셈이다.

다수의 경영 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대응을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파생된다. 최근 주력 사업의 성장성이 정체되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화두인 한국 기업들에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가 무엇인지 해답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의 M&A 전략을 수립할 때 역량 강화, 사업확대 등 기업 운영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 창출 관점에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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