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생시민권(문제)을 아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미국) 국경을 넘어와 아기를 낳으면 ‘축하해요, 이제 아기는 미국시민이네’ 같은 상황이 된다.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제도 수술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은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 국적자는 물론 불법이민자라도 아이를 미국에서 낳으면 그 아이는 미국시민이 된다.
다만 출생시민권 제도는 미 수정헌법 14조에 근거를 두고 있어 트럼프가 ‘전가의 보도’처럼 써 먹어온 행정명령 정도로는 손질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폐지를 지난 2016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지난해 이를 위한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도 그만큼 현실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헌법에 배치되는 출생시민권 폐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언급하는 것은 내년 재선을 겨냥해 반(反)이민 정서가 강한 백인 중산층 등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반이민정책 강화를 위해 아동이 포함된 불법이민자 가족을 기한 없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기존 규정상 아동의 경우 20일 이상 구금할 수 없어 망명심사가 길어지면 부모 등 성인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풀려날 수 있었지만, 이것이 불법이민자 증가 요인이 됐다고 보고 트럼프 정부가 규정을 바꾼 것이다. 새 규정은 60일 이내 시행될 예정으로 미국 아동단체들의 반발과 법적 대응이 예상된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