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웨어 소매업체 퍼내틱스가 발 빠른 생산과 영리한 독점 계약을 앞세워 업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기술업계 거물들은 일찌감치 이 기업의 가능성을 알아차렸다. By Phil Wahba
[사진=포춘US] 르브론 제임스의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유니폼: 퍼내틱스는 전 캐빌리어스 소속 이 스타가 LA를 선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유니폼 판매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6월 말, 농구계는 슈퍼스타 자유계약선수 르브론 제임스 LeBron James가 내년 시즌 어느 팀에서 뛰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시 온라인 스포츠웨어 소매업체 퍼내틱스 Fanatics는 유니폼을 생산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Cleveland Cavalier에서 뛰었던 제임스는 과연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LosAngeles Lakers를 선택할까, 아니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Philadelphia 76ers)를 선택할까?
그건 퍼내틱스에겐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이 업체는 두 팀 모두를 예상하고 미리 유니폼을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제임스의 이름과 번호만 새기면 되는 빈 유니폼들을 켄터키와 노스 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창고에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4차례나 NBA MVP에 등극한 제임스가 레이커스와 4년간 1억5,4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퍼내틱스는 곧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단 몇 시간 만에, 자체 웹사이트와 NBA.com에서 신상품 판매를 개시했다. 독점 계약 및 생산 권리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제임스의 레이커스 유니폼은 온라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정도로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는 유연한 생산능력은 퍼내틱스가 ‘21세기형 소매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수년간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이다(이 회사가 프로 스포츠 리그들과의 독점 계약을 늘린 것도 한 몫을 했다): 21세기형 소매업체는 기술기업, 배송기업, 제조업체의 역량을 모두 갖춰야 한다. 퍼내틱스의 설립자 겸 소유주인 마이클 루빈 Michael Rubin 회장은 이를 “수직적 상거래” 또는 “브이커머스 vcommerce”라 부른다. 명칭이야 어떻든, 퍼내틱스는 프로 스포츠 리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했다. 덕분에 아마존도 갖지 못한 것을 손에 넣었다: 바로 독점계약 권리다.
루빈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나 아마존에서 구할 수 있는 똑같은 제품을 판매한다면, 당장 사업을 그만두고 짐을 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NFL은 퍼내틱스에 2020년부터 팬들에게 관련 의류를 판매할 수 있는 10년 독점계약권을 부여했다(선수 유니폼 권리는 나이키가 따냈다). NBA 총재 애덤 실버 Adam Silver는 지난해 한 회의에서 루빈에 대해 “그가 사실상 이 시장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슈퍼스타 제임스처럼 이 회사가 업계의 제왕이 된 셈이다: 이 비상장 기업은 올해 2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8년 전 매출은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회사는 현재 미국 스포츠 공식의류 시장의 온라인 판매를 장악하고 있다. 리서치 기업 IBIS 월드 IBIS World에 따르면, 현재 이 시장의 연간 매출은 78억 달러 규모로 연간 3%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포춘US] NBA는 디지털과 오프라인 판매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2015년 뉴욕 시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권을 퍼내틱스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NHL도 올해 그 대열에 동참했다.
이 분야에선 특히 전자상거래 혁명이 무르익고 있다. 공식 프로 리그 스포츠 상품의 온라인 매출은 10년 전 미국 내 총 매출의 1%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까지 성장해있다. IBIS 월드의 애널리스트 클레어 오코너 Claire O’Connor는 “스포츠에선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선수가 경기를 잘하면, 인기가 급상승한다. 온라인에선 팬들의 관심이 더욱 빠르게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퍼내틱스는 탄탄한 성장을 이어오며 앤드리슨 호로비츠 Andreessen Horowitz와 실버 레이크 Silver Lake, 알리바바 및 소프트뱅크 같은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그 중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억 달러의 펀딩을 이끌며, NFL과 메이저리그와의 독점 계약권을 포함한 퍼내틱스의 가치를 45억 달러로 산정한 바 있다. 루빈이 이 일본 대기업과 사업 진행을 도모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프트 뱅크는 지난 1999년 루빈이 설립한 GSI 커머스 GSI Commerce에 투자한 바 있다. 루빈은 2011년 이 회사를 이베이에 24억 달러를 받고 매각했다(당시 계약 조건에는 루빈의 퍼내틱스 지분도 포함돼 있었다). 그가 벌인 다른 사업으론 초저가 판매 사이트 루라라 RueLaLa와 숍 러너 Shop Runner도 들어있다.
GSI가 당시 5개 프로 리그의 전자상거래 판매 권리를 따냈지만, 루빈은 새 사업에선 판매를 뛰어 넘는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조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더 많은 권한을 획득해나갔다. 퍼내틱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선수 유니폼을 생산하는 운동복 업체 마제스틱 Majestic을 VF코퍼레이션VF Corp으로부터 인수했다. 아울러 대학 사업을 벌이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로부터 스포츠 라이선싱 에이전시 퍼마타 파트너스 Fermata Partners를 인수하기도 했다.
퍼내틱스는 기술 및 제조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연간 1억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전략이 디지털에만 집중되어 있는 건 아니다. 이 회사는 최근 350개 J.C. 페니 매장에 브랜드 숍을 론칭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맨해튼에 소재한 내셔널 하키 리그 National Hockey League(NHL) 플래그십 스토어의 운영권을 인수했다(NBA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미 운영되고 있다). 퍼내틱스는 현재 40개 팀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인기 스포츠 구장에서 그 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 일부 매장에선 온라인 주문을 직접 처리할 수도 있다.
회사는 현재 매출 중 절반을 자체 제작상품에서 올리고 있다. 루빈은 멀지 않은 시점에 연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보다 더 좋은 분야는 없다. 그 분야에선 지적 재산권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