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대통령 "연정 협상 27일까지…깨지면 총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정당 간 협상 시한을 27일(현지시간)까지로 못 박았다. 협상이 깨지면 이탈리아는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연립정부 붕괴 이후 정국 위기의 해법을 찾고자 이틀간 진행한 정치권 협의를 마무리한 뒤인 22일 밤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음 주 화요일(27일) 새로운 협의를 진행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정은 소속 정당 간에 정책 합의를 보고 이후 의회에서 신임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며 “이러한 조건이 부재하다면 총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정당들에 27일까지 연정 협상 시간을 주고, 협상이 실패하면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 총선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21일 상·하원 의장단과 만나 정국 위기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데 이어 이날은 주요 정당 대표들과 개별 면담을 갖고 연정 구성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재 상·하원 원내 제1당인 오성운동과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연정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극우 정당인 동맹·전진이탈리아(FI)·이탈리아 형제들(FdI) 등 이른바 ‘우파 연합’은 조기 총선 실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차기 연정은 2023년까지 3년여의 남은 입법부 임기를 무리 없이 마쳐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정을 제안받더라도 정책적 기반이 탄탄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계에서는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합계 과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권력 공백을 메울 유력한 대안으로 꼽고 있으나, 오랜 ‘견원지간’인 두 당 사이의 연정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협상이 깨져 총선으로 갈 경우 시점은 10월 말이나 11월 초께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헌법은 의회가 해산된 뒤 45∼70일간의 선거 운동 기간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극우 성향의 동맹이 지난 8일 오성운동과의 정책적 견해차를 들어 연정 붕괴를 선언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해 정국 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1년 2개월 간 연정의 조율자 역할을 해온 주세페 콘테 총리가 지난 20일 상원 연설에서 사임을 발표해 오성운동과 동맹 간 연맹은 공식적으로 파국을 맞았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