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치료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 맞춤진료 '척척'

서울대 치과병원 '중앙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스스로 구강관리·행동조절 어려워
전신마취 등 필요 83만여명이 대상
고가 비급여 비용 10~50% 지원도
전국 14곳에 권역센터 운영·설치중
지난해 4.5만명 진료...7년새 22배↑

올해 14세인 A군은 9세 때 소아암 진단을 받고 두 차례 수술과 항암·방사선치료를 받았다. 후유증으로 뇌병변 1급 장애진단을 받고 치아상태도 엉망이 됐다. 치과 치료가 절실했지만 치과의원에서는 치료가 어렵다며 서울대치과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전용 진료동 정식 개원에 앞서 기존 장애인구강진료실에서 올해 1월부터 업무를 해온 서울대치과병원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A군에게 보철을 포함한 고강도 치료가 필요하고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이어서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 감면 대상이라고 안내해 비용부담에 대한 걱정을 덜어줬다. A군은 총 580만원의 비급여 진료비 중 250만원을 감면받았다. A군의 어머니는 “일반인과 함께 진료를 받는 치과 등에 장애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많았는데 센터는 장애인 전용인데다 대기기간이 짧고, 어려운 진료도 척척 해주는데다 경제적 부담까지 덜어줘 기쁘다”고 말했다.

장주혜 서울대치과병원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 교수 등 의료진이 중증 장애인을 전신마취 후 진료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치과병원

◇권역센터 총괄·지원 ‘중앙센터’ 서울대치과병원에 개소

서울대치과병원 융복합치의료동(지상 8층, 연면적 5,328㎡) 1∼4층에 자리 잡은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고난도·희귀난치 질환자 등의 구강진료를 전담하는 열 번째 센터이자 설치 중인 네 곳 등 총 14개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총괄·지원하고 센터 간 협력체계 구축, 표준 진료지침 마련, 전문인력 교육, 국가 구강보건 정책 수립·시행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구강진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2011년부터 권역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설치를 지원해왔다. 사각지대는 경북·전남·세종 3개 권역이다. 센터 이용대상은 칫솔·치실로 스스로 구강관리를 하거나 일반 치과 병·의원에서 진료에 필요한 협조를 얻기 어려운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이다. 뇌병변장애 1~6급. 뇌전증장애 2~4급, 지체장애 1~3급, 지적장애 1~3급, 정신장애 1~3급, 자폐성장애 1~3급 등이다. 2017년 등록 장애인 255만명 중 33%인 83만4,800명이 해당한다.

이들에겐 마취비를 포함한 건강보험 비급여 본인부담 일부(기초생활수급자 50%,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30%, 경증장애인 10%)를 지원한다. 센터 진료인원은 첫해인 2011년 1,992명에서 2015년 2만7,220명, 지난해 4만5,474명으로 22배가량 증가했다.


치과영역 중증 장애인들은 다수의 치아가 광범위한 병소를 가진 경우가 많다. 특히 행동조절이 어려울 때는 전문 진료인력과 전신마취 시설이 없는 치과에선 진료가 불가능하다. 중증 지적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은 치과 치료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뇌성마비·파킨슨병 환자는 가만히 있질 못해서, 자폐성·정신장애인 등은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진료가 어렵다. 간질 등에 의한 발작으로 부딪히거나 넘어져 앞니 등이 손상된 환자도 적지 않다.

30대 중증 뇌병변 장애인 C씨도 충치가 많고 잇몸 염증으로 구취가 심하지만 초등학생 때 동네 치과의원에서 검진을 받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당시에도 치료 받기를 완강히 거부하는데다 의사소통마저 어려워 여러 명이 손발을 붙들어 겨우 검진만 받았다.


◇가장 흔한 질환, 비장애인은 감기 VS 장애인은 잇몸병

장주혜 서울대치과병원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 교수는 “당일 전신마취를 하고 가능한 한 여러 개의 치아를 한꺼번에 치료한다. 치아가 심하게 상해 신경(근관)치료를 해야 할 경우에도 가능하면 1회에 끝낸다”고 말했다. 다만 치료할 치아의 개수가 너무 많거나 보철물을 제작해야 하는 경우에는 추가 전신마취 치료가 불가피할 수 있다. 30분~1시간 미만의 짧은 치료나 물을 사용하지 않는 스케일링 등 간단한 치료에 한해 수면마취를 할 때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장애인에게 가장 흔한 질환은 상기도 감염(감기)이지만 장애인의 경우 잇몸병(치은염·치주염)이 1위다. 하지만 장애인 구강검진율은 22.2%(2015년)로 비장애인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 많은 것도 걸림돌이다.

첫해 개소한 전남대치과병원 광주·전남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주말 격주로 이동하는 치과진료 버스를 이용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 구강 예방검진과 진료 봉사를 한다. 치아 상태가 심각하게 나쁜 장애인은 센터를 방문하게 해 전신마취를 하고 진료한다. 전남 여수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내는 중증 지적장애인이자 근로 장애인인 B씨도 그 덕택에 큰 부담 없이 전신마취에 앞니·어금니 등 치아 전반의 충치치료(신경·보철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치료 받은 치아를 오래 유지하려면 치료 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장 교수는 “충치가 잘 생기는 장애인 환자는 3~6개월마다 구강검진을 하고 불소를 도포해 충치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잇몸 상태가 안 좋다면 식습관 관리와 함께 6개월~1년마다 구강검진과 스케일링·치주(잇몸)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