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덕에 취약계층 소득 개선" 정부 자화자찬

소득격차 역대 최대 벌어졌는데
"1분위 소득 감소세 멈춘데 의미"
"정부가 보고싶은 것만 봐" 비판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가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책·민간 연구기관장의 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소득 상·하위 20% 간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내용의 올해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가 지난 22일 발표되자, 정부는 하루가 지난 23일까지 연이틀 “정부 정책이 저소득층 소득여건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더 추락할 수 있었던 취약계층의 소득 하락을 방어했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그간의 감소세를 멈췄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역시 별도자료를 내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정부 정책으로 인한 자영업자 붕괴, 취약계층의 고용시장 이탈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정체된 것 자체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시장에서 밀려나면서 근로소득이 타격을 받은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임금 요소에 직접 개입하며 저소득층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4분기 1분위 가구(전국·2인이상)의 정부 지급 수당 등 공적 이전소득이 포함된 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월 평균 5만7,400원(9.7%) 늘어나긴 했지만 근로소득은 7만9,300원(15.3%) 더 크게 줄었다. 그 결과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은 132만5,500원으로 고작 562원(0.04%) 늘었다. 정부가 “정책적 효과로 저소득층 소득여건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근로소득 감소를 정부 재정이 메운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다. 그나마도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직전 1·4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했다.

소득분배 수준을 알 수 있는 5분위 배율(높을수록 소득 불평등 심화)도 정부는 “2015년 이후 지속돼 온 급격한 확대 추세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오히려 역대 최대로 ‘급격한 확대’가 있었던 것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처음 적용된 지난 2018년으로, 2·4분기 기준 4.73배에서 5.23배로 0.5배나 벌어졌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세금을 투입해 메워놓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가 있었으니 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 논리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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