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풍호에 들어선 수상태양광 발전소 전경. 전 세계 수상태양광 발전소 중 15위 규모인 이곳에서는 1,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사진제공=한화큐셀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 사이에 자리한 청풍호 가운데는 2년여 사이에 축구장 크기의 네모난 섬이 몇 개 생겼다. 이곳은 다름 아닌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수상태양광 청풍호 발전소. 이 섬 같은 곳에 설치된 소형 냉장고 크기의 태양광 모듈 하나당 350W의 전력을 만들어내며 총 설비 용량은 글로벌 수상태양광 발전소 중 15위 규모인 3메가와트(㎿)를 자랑한다.
충북 청풍호에 들어선 수상태양광 발전소 전경. 전 세계 수상태양광 발전소 중 15위 규모인 이곳에서는 1,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사진제공=한화큐셀
무엇보다 수상태양광은 수면 냉각 효과 때문에 여름에도 태양광에 적합한 온도(25~30도)가 유지되고 그림자의 영향을 덜 받아 육상 태양광 대비 발전 효율이 10%가량 높다. 84억원을 들여 만든 해당 시설은 청풍호 전체 저수면적의 0.04% 크기인 3만7,000㎡를 차지하고 있어 이질감 없이 주위 풍경과도 잘 어우러진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상태양광 청풍호 발전소로 1,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해낸다”며 “발전소 설치와 함께 전기 공급 공사를 진행해 지금까지 전기를 이용할 수 없었던 인근 황강과 한천리의 7가구에도 전기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방문한 청풍호 수상태양광 시설은 주위 환경과 잘 어우러진 하나의 관광지 같은 모습이었다. 수심 25m의 깊은 호수에 부력통을 설치하고 그 위에 태양광 모듈을 이어붙였으며 초속 52m의 바람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
지상에 설치할 때보다 비용은 30%가량 더 들지만 부지확보에 따른 비용 절감 및 각종 소비자 민원감소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효율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각 지방자치단체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 시 도로나 주거지역에서 100~1,000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산림자원 훼손 문제로 임야 태양광 설치 규제 또한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다만 수상태양광 발전소는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설치 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수상태양광 모듈 세척에 사용되는 세제 때문에 수질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수상태양광은 빗물 등 자연 세척을 이용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사광으로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 또한 태양광 모듈 반사율이 5%로 일반 플라스틱(10%)의 절반에 불과한데다 최대한 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의 특성상 과장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태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2014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환경 모니터링을 한 결과 태양광 발전 시설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힘들다”며 “실제 발전 설비의 영향을 받는 수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 간의 수질 및 수생태에 큰 차이가 없었고 대부분이 기준치 이하”라고 밝혔다.
특히 업계에서는 수상태양광을 통해 한국의 에너지 자립도 향상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글로벌 수상태양광은 2018년 기준 1.3GW 규모가 설치돼 있지만 설치 가능한 인공 저수지 면적의 1%를 활용할 경우 지난해 기준 한국 전체 태양광 설치량의 200배가량인 404GW 규모의 설비가 가능하다. 유휴 저수지 면적을 조금만 활용해도 석탄화력발전소 400여기를 대체할 수 있는 셈이다.
각국의 수상태양광 지원 정책도 활발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수상태양광 설치 시 발전용량에 따라 단가를 지원해주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은 수상태양광 경매를 통해 보급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000880)큐셀이 수상태양광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 한화큐셀은 지금까지 약 30㎿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건설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수상태양광 발전소인 린지워드 발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납품하기도 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상무는 “전 세계 저수지 수면의 1%에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단계적으로 건설된다면 현재 건설단가 기준으로 500조원 이상의 세계 시장이 열린다”며 “국내에서 태양광 업체들이 수상태양광과 관련된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기업들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주=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