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25일(현지시간) 취안완 공원 인근에서 반정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뒤 총을 꺼내 시위대를 겨두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24일 홍콩 응아우타우콕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에 대해 경찰이 경고탄을 발포하는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의 이날 무력진압에 평화시위는 10여일 만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AFP통신은 25일(현지시간) “홍콩경찰이 시위현장에서 1발 이상 발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시위대가 경찰에 막대 등을 휘두르자 경찰이 총을 꺼내 들어 경고 사격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주말인 이날 홍콩 카이청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카이청 지역에 있는 카이청 운동장에서는 오후2시30분부터 시민 수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
집회와 행진이 끝난 후 일부 시위대가 췬안공원 인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쳤는데 이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는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면서 저항했고 경찰은 물대포 차 2대까지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물대포 차가 홍콩 시위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의 물대포는 강경진압을 예고한 것으로 경고탄 1발 이상이 발포되면서 홍콩의 평화시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혼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인 24일에도 쿤통 지역에서 진행된 집회와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맞대응했다. 이로써 10여일 만에 평화시위가 종료된 가운데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지쳤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 대화를 통해 출구를 모색할 것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앞서 23일 밤에는 13만5,000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완전철폐 등을 주장하며 60㎞ 길이의 ‘홍콩의 길’이라는 인간띠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체포된 한 여성이 경찰로부터 성추행으로 여겨지는 수치스러운 알몸 수색을 강요당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홍콩 입장신문에 따르면 피해 여성 A씨와 야당 의원, 변호인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후 그가 경찰에게서 겪은 부당한 대우를 소상히 밝혔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에 따르면 그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어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이후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경찰서로 이송되자마자 여경 2명이 A씨에게 한 방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하더니 옷을 전부 벗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