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왼쪽 세번째) 이란 외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비아리츠를 깜짝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두번째)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비아리츠=AFP연합뉴스
이란 외무장관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깜짝’ 방문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과 미국과의 긴장 완화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화 상대국인 미국과의 만남이 불발되며 ‘중재자’를 자처한 마크롱 대통령의 ‘기획’이 반쪽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프랑스 휴양도시 비아리츠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자리프 장관은 독일과 영국 당국자들을 포함해 JCPOA 당사국들과 3시간30분가량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원탁 테이블에 마크롱 대통령,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건설적인 대화를 위한 이란의 적극적인 외교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의 깜짝 방문은 지난해 미국의 JCPOA 탈퇴 이후 이란 문제의 중재자를 자처한 마크롱 대통령의 기획으로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근 몇 주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JCPOA 복원을 위한 조건을 협의하는가 하면 회담 직전인 지난 23일 자리프 장관을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이란의 JCPOA 복귀 및 의무사항 준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회담을 두고 프랑스 대통령궁 관계자는 “만남은 긍정적이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중동의 긴장 완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란은 JCPOA 유지를 위해서는 하루 최소 70만배럴에서 최대 150만배럴의 원유 수출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미사일 프로그램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오른쪽 아래) 이란 외무장관이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으로,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2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세번째) 프랑스 대통령과 장이브 르드리앙(〃두번째) 외무장관과 회담을 나누고 있다. /비아리츠=AP연합뉴스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대화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며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는 것은 시기상조였다”며 그와의 만남을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마크롱 대통령이 이란 문제와 관련해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CNN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G7 정상들이 (이란 문제에 대해) 합동 메시지를 내고 화해 조치를 취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하며 “그들이 대화하고 싶다면 막을 수는 없다”고 다른 국가들과 거리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에 마크롱 대통령은 “어제 대화 맥락에서 프랑스 입장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