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유엠브이기술은 무명에 가깝지만 웹 서버와 클라우드 서버의 정보를 보호하는 보안 솔루션 분야의 기술은 압도적이다. 현재까지 2만대 이상의 컴퓨터 장치에 솔루션을 공급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취득한 특허를 사업화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마땅한 담보물이 없는데다 초기 매출실적이 없어 금리가 싼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넘기가 어려웠다. 이런 유엠브이기술의 사연이 신한은행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신한은행은 유엠브이기술이 보유한 특허권을 담보로 선뜻 대출을 승인했다. 신한은행은 유엠브이기술의 특허가 상당 수준의 우수 지적재산권(IP)이라는 외부 기술평가기관의 평가를 받고 이를 담보로 곧바로 우대금리 대출을 집행했다.
과거 같으면 비싼 금리의 사채를 써 자금 부담이 컸겠지만 은행들이 IP 등을 담보로 한 기술금융을 확대하면서 유엠브이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담보대출에만 익숙했던 국내 은행들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투자은행(IB) 수준으로 높아지는데다 공룡만 한 덩치를 갖고도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지역 기반 은행이 맡아야 할 가계대출을 독식하는 게 과연 바람직 하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어서다.
은행들은 공장 등 담보력이 확실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우량 기업에만 대출해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보고 대출이나 투자를 하는 투융자 복합형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은행들이 최근 1년간(지난해 7월~올해 6월) 신규 판매한 일반 동산담보대출은 5,951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7.8배 성장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시중은행들이 IP를 담보로 하는 대출을 속속 출시하면서 6월 기준 전체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중소기업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0.1% 수준으로 여전히 미미하지만 초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특히 오는 29일 동산금융정보시스템(MoFIS)이 정식 오픈하면 동산담보 취급기관들의 담보 설정내역과 중복담보 여부, 감정평가액, 실거래가액 등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담보로 설정한 기계, 재고 지식재산권 등 동산담보물이 통일된 분류코드로 등록돼 은행들로서는 대출자산관리 부담도 크게 줄게 된다. 2012년 동산담보법 시행 이후 대출 활성화를 가로막았던 관리상의 난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 셈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신선한 시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조기계나 매출채권·IP 등을 하나로 묶어 담보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일괄담보제도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며 “부실채권(NPL) 등을 거래할 수 있는 회수시장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기술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동산·채권담보법 개정안 등 법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나서는 등 팔을 걷고 나섰다. 단 하나의 변수는 국회다.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어 국회가 이 같은 민생법안에 관심을 가져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