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재격화에 국내 주식시장이 또 한 번 출렁였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4% 넘게 급락하며 이달 초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노출했던 취약한 펀더멘털을 다시 한 번 노출했다.
26일 증시 전문가들은 ‘최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비관론을 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장 근접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중국의 전략이 단기전에서 지구전으로 선회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최악의 환경’을 맞이했다고 봤다. 그는 “이제 미중 무역분쟁은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코스피 등락범위 하단인 1,850 선의 지지력도 장담할 수 없다”며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지수 최저점에 대한 막연한 신뢰보다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검은 10월’ 이후 2,000 선은 지킬 것이라는 하방 지지선은 시간이 갈수록 1,900, 1,850 등으로 후퇴하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감할 정도로 실적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정점에 달한 한일 간 ‘경제전쟁’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며 가뜩이나 기댈 곳이 없는 게 국내 증시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증시를 억눌러온, ‘상수’처럼 돼버린 미중 무역분쟁이 재격화하자 반등론 역시 쏙 들어가버렸다. 주도주인 바이오와 엔터 업종의 부진으로 이달 600 선이 무너진 코스닥은 대외악재를 직격으로 맞아 회복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취약한 펀더멘털과 극도로 위축된 개인의 투자심리가 코스닥을 대외악재 한 번에 요동치는 ‘유리 몸’으로 만든 것이다.
다만 반전의 계기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살아 있다”며 “매파 인사들의 기준금리 동결 필요성 발언 이후 기준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도 미중 갈등의 여파로 크게 요동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8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1.121%에 마감했다. 장기물들의 금리 하락 폭은 더 커진 양상으로 국고채 10년물의 경우 전 거래일 대비 7.0bp 내린 1.191%에 마감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일본과의 마찰도 더욱 심화하는 현실에서 통화정책 완화의 목소리는 높아 여전히 채권 매수가 우세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7원20전 오른 달러당 1,217원80전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1,220원80전까지 올랐다. 미중 간 관세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위험 선호심리가 위축되는 등 환율 상승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양준·이완기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