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최대 3만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돼 경기권과 지방을 중심으로 역(逆)전세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지난 2015~2017년 급증한 주택 인허가 물량이 3년여의 시차를 두고 준공 후 미분양 형태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26일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2014년 51만5,200가구였던 인허가 물량이 이듬해 76만5,328가구로 약 48.5% 급증했다”며 “이때 급증한 물량이 3년의 시차를 두고 올해와 내년 입주로 현실화하는 만큼 준공 후 미분양분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5년 인허가 물량은 기초주택수요 40만7,241가구를 35만8,087가구나 초과하는 수준이다. 송 부장은 “내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최대 3만가구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월 기준 미분양 물량은 이미 1만8,558가구에 달한다. 미분양 공포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과 인접한 곳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서고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으로 서울에 값싼 ‘로또 아파트’가 공급되면 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경기의 미분양 물량(올 6월 기준)은 1만1,485가구로 1년 전(9,461가구)보다 21.4% 늘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신도시 건설계획 등 정부의 굵직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부장은 “상한제가 시행된 2007년 10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주택시장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급등했다”면서 “이번 분양가상한제 시행도 과거 현상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효과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분양권상한제 시행으로 주택시장이 일시적 진정세를 보이겠지만 그 효과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정부는 과도한 시장 개입과 이에 따른 부작용 등의 우려에도 12일 서울과 경기 과천 등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송 부장은 “이미 주요 건설사들이 상한제 시행 전 마진(이익) 확보를 위해 분양 물량을 미리 내놓으려는, 소위 ‘밀어내기’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시작되면 상당 기간 시장은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가격 급등락이 정부 정책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는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정부 정책이 변동성 확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와 부천시 대장지구에 5만8,000가구를 공급하는 제3기 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부정 평가했다. /세종=한재영기자 한동훈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