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한달째 산불 이어지며 1만㎢ 소실..산성화된 토양 복원에 100년 걸려

■ 아마존 대화재로 본 산림과학
지구온난화로 자연발화 증가 속
목축·경작 확대로 매년 산림 파괴
'지구의 허파' 산소 생산도 차질

브라질 노보 프로그레소 인근 아마존 열대우림이 검게 불탄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북서부의 옐로스톤국립공원. 남한 면적의 10%나 될 정도로 세계 최대 국립공원인 이곳은 화산지대답게 수많은 온천이 형형색색으로 들끓는 게 장관이다. 50m까지 치솟는 간헐천도 볼 만하고 곰과 버펄로 등 야생동물도 많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여름 방문했을 때 공원의 적지 않은 산에서 나무들이 새까맣게 탄 채 쓰러지거나 밑동만 남아 방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988년 봄에 심한 가뭄으로 건조할 때 번개가 쳐 불이 나 6개월 이상 지속됐기 때문이다. 관계 당국은 처음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 진화에 나섰고 첫눈이 내린 뒤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옐로스톤의 36% 가량을 화마가 휩쓸었고 수많은 동식물이 타죽었다. 그럼에도 당국은 나무를 새로 심지 않았다. 불탄 소나무의 솔방울에 있던 씨앗이 화재로 발아가 촉진되는데다 쓰러진 나무가 분해돼 토양에 양분을 공급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물론 산성화된 토양이 복원되려면 100년가량 걸리지만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것이다. 동물 생태계의 경우 숲이 초원으로 바뀐 데 따라 초식동물에 이어 육식동물까지 늘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반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아마존 대화재는 옐로스톤 사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재앙이 될 우려가 크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베네수엘라 등 남미 8개국(프랑스령 기아나 포함시 9개국)에 걸쳐 있는데 7월 말 브라질·볼리비아·파라과이 국경을 감싸는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8~22일 인공위성으로 관찰한 결과 아마존 상공 5.5㎞에서도 일산화탄소가 포착될 정도이다. 3,000여㎞나 떨어진 상파울루시에도 연기가 대거 날아왔다. 아마존 원주민과 동식물에게는 치명타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번 아마존 화재로 피해를 본 브라질 면적은 1만㎢ 규모에 달한다. 이는 남한 면적의 10분의 1이고 레바논 면적과 비슷하다. 볼리비아도 올들어 산불로 인해 이에 맞먹는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된다. 매년 아마존에서 산불로 많은 숲이 사라진다고는 하나 이번에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은 지구 산소의 20%가량을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도 바다에 이어 많이 흡수한다. 하지만 국토개발을 내세운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가 올 초 출범하면서 아마존이 목축지나 경작지로 바뀌고 다이아몬드·금 등 광산개발이 이뤄지는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선을 브라질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아마존에 대두 경작지가 대거 늘어나는 모습이다. 비정부기구(NGO)들은 무분별한 벌목에 정치인·경찰·공무원과 범죄조직이 유착돼 환경운동가들이 많이 살해되고 원주민도 허위 서류로 토지를 뺏기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브라질 정부가 뒤늦게 지난주 말부터 4만4,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하기는 했으나 유럽연합(EU)에서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금지 등 무역압박을 가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나면 개미류는 13년, 조류는 19년, 야생동물은 35년, 토양은 100년 이상 돼야 완전히 회복된다. 1996년 고성산불이 발생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나무 크기가 예전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올봄 강원도 속초·고성·강릉 등의 대형 산불이 산림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두고두고 계속될 전망이다. 아마존의 경우는 한번 숲이 파괴되면 대부분 다시 산림복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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