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규제 대응 핵심품목 R&D에 3년간 5조원 이상 투입

정부 ‘소재·부품·장비 R&D 투자전략·혁신대책’ 발표
핵심품목 100+α개 지정…관련 사업 예타 우대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제공=과기정통부

일본의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에 대응해,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분야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 소재 100개 이상을 ‘핵심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들 품목 R&D에 내년부터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 관계장관회의 겸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 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일본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과기정통부는 “소재·부품·장비 R&D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이 분야의 대외의존도를 극복하고 국가 성장의 기반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핵심품목 100개 이상(100+α)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올해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2022년 총 5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한다. 핵심품목 관련 사업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몰관리도 면제하기로 했다.

대응이 시급한 핵심품목 관련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 분석으로 대체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구비 매칭 비중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낮춰 R&D 참여를 촉진하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핵심품목에 대한 내용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5일 공개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에서 관련 기술을 선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핵심품목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전략’도 발표했다. 이미 수준이 높은 기술의 경우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높다면 글로벌화를 목표로 R&D를 진행하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으면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협업할 수 있게 상용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아직 수준이 낮은 기술의 경우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높다면 중·장기적으로 원천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은 기술에 대해서는 국내 공급망을 창출하는 방안을 타진하기로 했다.

핵심품목 관리를 총괄하는 민관 공동 조직도 신설된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소속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특별위는 핵심품목을 목록화하고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예비타당성조사를 우대할 핵심품목 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와 심의도 한다.

산·학·연 연구역량을 결집하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핵심품목 기술 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필요 시 긴급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연구실’(가칭 N-LAB)을 지정하기로 했다. 핵심소재·부품의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연구시설(가칭 N-Facility)을 정하고,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에는 12인치 웨이퍼 공정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R&D 현장의 문제와 국외 동향을 파악하는 국가 연구협의체(N-TEAM)도 핵심품목별로 운영된다.

이밖에 연구지원시스템을 2021년 상반기에 구축하고 핵심품목에 대한 정보분석 서비스를 시범 제공할 예정이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최근 상황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화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됐다”며 “연구개발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를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정부세종청사에서 2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 관계장관회의 겸 제 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제공=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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