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전단계’ 5년내 췌장암 위험 정상혈당의 1.2~1.4배

박철영 성균관대 교수팀
30~80세 2,280만명 분석
치료제 복용군은 1.9배나

당뇨병을 앓고 있지 않아도 공복혈당이 높을수록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내분비내과·구동회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은 2009∼2013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30~80세 성인 2,280만명의5년 내 췌장암 발병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공복혈당 수준 등에 따라 6개 군으로 나눠 췌장암 발병률, 발병 위험도 등을 비교분석했다. 2,280만명 중 공복혈당이 ‘낮은 정상군’(90㎎/㎗ 미만)이 34.5%로 가장 많았고 ‘높은 정상군’(90∼99㎎/㎗) 31.7%, 전기 당뇨병 전 단계(100∼109㎎/㎗) 15.7%, 후기 당뇨병 전 단계(110∼125㎎/㎗) 8%, 당뇨병군(126㎎/㎗ 이상) 3.2%, 당뇨병 치료제 복용군 6.9%를 차지했다.



6개 군의 평균 나이는 낮은 정상군이 46.8세로 가장 어렸고 치료제 복용군이 60.7세로 가장 많았다. 10만명당 5년간 췌장암 누적발병률은 낮은 정상군 32명, 높은 정상군 41명, 전기 당뇨병 전 단계 50명, 후기 당뇨병 전 단계 64명, 당뇨병군 75명, 치료제 복용군 121명이었다.

나이, 성별, 흡연·음주·운동 여부, 체질량지수(BMI), 당뇨병 유병기간에 따른 편차를 조정해도 공복혈당이 높을수록 췌장암 발병 위험도는 증가했다. 췌장암 위험도는 당뇨병 치료제 복용군이 공복혈당이 낮은 정상군보다 1.91배, 당뇨병군은 1.62배, 당뇨병 전 단계는 1.22~1.42배, 높은 정상군은 1.14배 높았다.

박 교수는 “당뇨병과 췌장암, 공복혈당 수준과 종양의 크기·등급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이미 진행된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정상 범위라도 공복혈당이 높을수록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췌장은 길쭉한 잎사귀(12~20㎝) 모양으로 각종 소화 효소와 혈당조절 호르몬(인슐린·글루카곤)을 만든다. 수술이 가능한 초기 췌장암은 치료만 잘하면 20% 정도의 환자에게서는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고 1기에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은 2배 이상 된다. 하지만 75%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3~4기에 진단되고 5년 생존율이 10%를 밑도는 ‘공포의 암’이다. 발견 후 평균 생존기간도 14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8년간 투병한 질환도 췌장암이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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