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눈치 보는 정부 정책이 혁신 막아"

'벤처썸머포럼' 기조강연서 지적
제2벤처붐에 규제 개선 목소리도

28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제 19회 벤처썸머 포럼에 참석한 박영선(앞줄 왼쪽 여섯번째) 중기부 장관과 안건준(〃네번째) 벤처기업협회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벤처기업협회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3년간 한국 모빌리티 기업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지만, 해외 모빌리티 기업에는 35배가 넘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여기에다 지난 7월에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플랫폼과 택시업계간 상생안 역시 대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택시업계와 같은 기득권층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국내 승차공유 산업의 혁신은 실패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28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제19회 벤처썸머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국내 모빌리티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와 혁신의 방향’을 주제로 기득권 눈치를 보는 정부 정책이 진정한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강연에서 서 대표는 “벤처기업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이용자의 편익 증대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며 “대자본에 의한 시장잠식 위협에 대응하고 벤처기업의 시장 순기능 역할을 제고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벤처기업의 공정한 경쟁기회 확보를 바탕으로 대자본에 의한 시장잠식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벤처기업의 시장 순기능 역할을 제고해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투자 확대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인들의 경영 노하우와 정보 교류를 위해 열리는 벤처썸머포럼은 올해 업계 현안을 중심으로 규제개선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동시에 벤처·스타트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미래 비전 제시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기조강연과 CEO 초청특강에서는 정부 규제와 같은 외부 환경에 맞서는 기업인의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우리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벤처 창업기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지방 벤처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내륙인 여수에서 진행되는 이번 포럼이 제2 벤처 붐 확산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의 상생을 꾀하는 한국형 벤처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4차산업 혁명을 맞이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새롭게 형성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어떻게 자리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벤처 정신은 곧 도전을 의미하는 만큼, 벤처기업협회 기업인들이 (고민에 대한) 희망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며 격려를 보냈다. 이어 “국내 모빌리티 정책은 주무부처가 국토부이기 때문에 중기부로서는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며 “택시-플랫폼간 1차 합의가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본으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추이를 지켜보고, 벤처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올바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28일 전남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제 18회 벤처썸머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벤처기업협회

이날 벤처썸머포럼은 ‘더하라, 세상을 바꾸는 벤처의 목소리. 펼쳐라, 새로운 시작을 향한 벤처의 날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박 3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첫날 기조 강연 이후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는 ‘대한민국 벤처생태계의 진화는 계속된다’는 주제 아래 지난 3일 갑작스럽게 타계한 ‘벤처 1세대’ 고(故)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을 추억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29일로 예정된 CEO특강은 차상훈 카카오페이지 부사장의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혁신을 이루다’는 주제의 카카오페이지의 성공스토리 강연과 윤건수 디에스씨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위한 키포인트’가 소개된다. 스타트업 세션에서는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가 ‘스타트업은 연역법이 아니라 귀납법이다’는 주제로, 광주·전남 지역특별 세선에서는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낼 차세대 혁신 창업가와의 만남’을 주제로 해당 지역의 우수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수=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