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2차 경제보복,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이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 조치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첨단소재와 통신 정보보안, 센서·레이저 등 857개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물론 대부분의 비전략물자도 까다로운 수출절차를 거치게 됐다.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산업이 일본의 보복 대상이 된 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형악재가 터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100대 품목의 기술 국산화와 함께 상생형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엊그제 열린 간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건의했다. 정부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기술 개발의 걸림돌부터 하루빨리 없애달라는 절규다. 고급두뇌의 자유로운 R&D 활동을 가로막는 주52시간제나 수도권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런 손쉬운 길을 두고 2~3년짜리 장밋빛 방안이나 쏟아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산업현장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당장 생산차질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욱이 섣부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로 경제 문제는 미국까지 개입된 외교·안보 갈등으로 확전됐다고 봐야 한다. 기업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왜 외교·안보 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미증유의 위기에는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기업이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을 갖추도록 불필요한 규제와 반기업정책을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언급대로 우리 경제를 스스로 지키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외교협상을 통해 양국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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