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투구게, 퍼플슬러그, 야생 다람쥐의 모습.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인 ‘생물 유튜버’들은 집과 자연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튜버 TV생물도감·오브리더 영상 캡쳐
자그마치 2억년 전 모습 그대로인 ‘살아있는 화석’을 키우는 기분은 어떨까요? 만화 ‘포켓몬’에 나오는 몬스터와 꼭 닮은 생물이 우리 집 어항에 살고 있다면요? 산길에서 만난 ‘야생 다람쥐’와 절친이 된다면 또 얼마나 신기할까요?
유튜브엔 참 신기한 게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연출 경쟁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 신기해 2030 구독자를 사로잡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요즘 뜨고 있는 ‘생물 유튜버’들인데요. 생물 유튜버들은 영상을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계속 보다 보니 귀여워”…특이한 생물에 이끌린 2030
생물 유투버들이 다루는 생물의 범위는 곤충부터 파충류, 해양 생물들까지 넓습니다. 시청자층도 초등학생들, 특히 남학생들만 구독할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20대부터 40대까지 넓게 분포돼 있습니다. 한 생물 유튜버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강아지, 고양이 등 익숙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채널들을 제치고 당당히 ‘잠재력 있는 동물 유튜브 채널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버 ‘오브리더’ 유튜브 커뮤니티 캡쳐
■“아는 만큼 보이네요”…시선 끄는 화면에 유익한 설명까지
이들이 생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도 다루는 생물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특이한 생물을 키우는 과정을 설명하기도, 자신이 운영하는 파충류샵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다루기도, 직접 자연으로 나가 채집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자연 속 생물들을 소개하기도 하죠. 영상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단 하나. 우리가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생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유튜버 ‘TV생물도감’·‘다흑님’·‘오브리더’ 유튜브 썸네일 캡쳐
구독자 14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TV생물도감’의 채널에 올라온 ‘투구게 사육 최초 공개 영상’은 최근 199만 조회 수를 달성했는데요. ‘TV생물도감’ 님은 영상 소개에서 “드디어 투구게 입수에 성공해 키우게 됐다”며 “어릴 적 다큐멘터리에서 보고 꼭 한 번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생물 중 하나였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에는 2억 년간 같은 모습을 유지한 투구게의 신기한 모습뿐 아니라 투구게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들도 함께 소개됐는데요. 영상에 따르면 투구게의 ‘피’는 1리터당 1,7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액체라고 합니다. 투구게의 피가 백신 개발에 쓰이기 때문인데요. 매년 50만 마리에 가까운 투구게들이 인간에 의해 ‘강제 헌혈’을 당하고, 이 과정에서 피를 잃고 체력이 떨어진 개체들이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유튜버 오브리더님은 제주도 해안가 도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빛 오염원’이라는 낯선 개념을 제시했는데요. 곤충 개체 수 감소 문제에 대해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습니다./ 출처 유튜브 오브리더 채널 |
이 영상을 본 구독자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LED 가로등의 중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구독자의 “아는 만큼 보이네요”라는 댓글은 많은 이의 추천을 받았죠. 오브리더 님은 인터뷰에서 해당 콘텐츠에 대해 “제주도에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저녁 산책을 나선 길에 발견한 문제”였다며 “생물 관련 동호회도 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도 하면서 20년 넘게 생물을 분야를 파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정보들도 있고, 여기저기 다니며 발견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생물들, 소개해가고 싶어요”
앞으로의 채널 운영에 대해 TV생물도감 님은 “우리나라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물이 존재하고 있다”며 “발견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생물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어 “아무래도 곤충 같은 비주류 생물들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영상을 통해 이런 부분이 조금이나마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느낄 때 영상을 만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오브리더 님 역시 “수목원에서 생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멸종위기종도 다루고 있는 만큼, 일반 사람들이 허가 없이 접하기 어려운 생물들에 대해 재밌게 소개를 해나가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혹시 아직 곤충이 낯설고, 파충류가 무섭고, 물고기엔 무관심하셨다면, 이들이 만든 애정 뚝뚝 떨어지는 영상 한 번 시청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평소엔 멀게만 느껴졌던 생물들이 한 걸음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