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 김용균의 삶, 조국에게 딴 세상이었을 것"

청년 노동자, 31일 조국 후보자 공개 대담 제안
조국 사퇴보다 청년 현실 공유 및 해결책 문의 취지
청년 노동자들 "조국 딸, 우리와 출발선 달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 과정이 딴 세상 얘기고 생소한 과정과 절차인 것처럼 김용균의 삶이, 이민호의 현장실습이라는 것이 조국 당신에게 얼마나 딴 세상이고 생소한 것이었을까 싶습니다.”

아르바이트 청년 노동자,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공개 대담을 제안했다. 조 후보자의 딸과 관련해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를 전하기 위해서다.

시민사회단체 ‘청년전태일’은 29일 서울 청와대 인근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조 후보자와 그의 딸이 살았던 삶은 우리의 삶과는 달랐다”며 “(조 후보자 딸이) 한영외고에 입학해 기득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는 다 누렸다”고 꼬집었다.

앞서 조 후보자 딸 조모씨는 외고 재학시절 인턴 2주가량을 한 뒤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바탕으로 고려대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청년 노동자들이 직접 참석해 조 후보자를 향한 허탈감을 드러냈다. 특성화고등학교 졸업 후 일용직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서모씨는 “제가 일을 못 하면 밥을 먹을 수 없고 하루하루 걱정해야 하는 반면 조국 후보자 딸은 그런 걱정 없이 학교 잘 나와서 의사 돼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게 씁쓸하다”고 했다. 전문대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 임모씨는 “전문대 졸업 후 긴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르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며 “사람 몸이 아프면 쉬엄쉬엄 일해야 하는데 (우리는) 일을 쉬엄쉬엄할 여유가 없는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던 김용균씨가 외주의 위험화 구조 속에 컨베이어 벨트에 깔려 목숨을 잃고 특성화고등학생 이민호씨가 현장실습을 하다 프레스 기계에 눌려 사망한 현실을 조 후보자가 외면해온 점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후보자가 김용균·이민호의 친구들을 위해 뭘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며 “‘불법이 아니니 괜찮다’는 말은 김용균·이민호 유가족이 들었던 이야기”라며 씁쓸함을 전했다.

이어 “촛불 정부는 다를 줄 알았다. 문재인 정부가 평범한 삶을 사는 국민들, 벼랑 끝에서 발버둥 치며 살고 있는 청년들만큼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서울대 법대 교수이자 56억의 자산가임을 확인한 조국 후보는 ‘강남좌파’가 아니라 그냥 ‘강남부자’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들 단체는 당장 조 후보자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데는 거리를 뒀다. 이들은 “조 후보자가 사퇴하면 우리의 삶이 달라지는가”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불이 넘지만 청년들은 산업현장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며 공개 대담을 제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청년전태일은 오는 31일 공동대담을 가지자는 내용의 제안문을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에 전달할 계획이다. 공동 대담에는 구의역 김군 친구, 태안화력 김용균 친구, 제주실습생 이민호 친구, 고졸 출신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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