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가운데) 벤처기업협회장이 29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수평적 상생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사진제공=벤처기업협회
“지난 20년간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일본이 우리를 상대로 수출규제 카드를 꺼내 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훌륭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 벤처기업들이 많지만 이미 고착화된 대기업 중심 생태계에서 대기업과의 수평적 상생을 이뤄내기는 힘들었습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29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진행된 ‘제19회 벤처썸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진정한 극일(克日)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원천기술을 대기업-벤처기업간 수평적 상생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회장은 최근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기 위해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대기업-벤처기업 간 상생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새로운 협력관계의 ‘모멘텀’이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그동안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벤처기업들은 ‘상생’을 하더라도 수직적 상생을 이룰 수 밖에 없었다”며 “(명령을) 하달하는 식의 상생이 아닌 대기업도, 중견·중소벤처기업도 라운드테이블에서 동등하게 상생을 이야기하는 ‘화학적·수평적’ 상생을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가 무엇을 통해 먹고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 것”이라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아 진정으로 극일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건준(왼쪽 세번째) 벤처기업협회장이 29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수평적 상생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사진제공=벤처기업협회
안 회장은 벤처업계가 최근 2년간 지속적으로 기술 중심의 혁신형 벤처기업들과 대기업의 상생을 강조했음에도 사회 전반으로 분위기가 확산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정부의 역할이 미약했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상생과 협력은 당연히 민간주도로 진행돼야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가 해야 하는 그 나름의 지원과 관심이 많이 부족했다”며 “현재 언론과 학계, 벤처업계 전반에 (기업간) 수평적, 화학적 상생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다시 한 번 협회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이끌어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라남도에서 농업용 드론을 제조 판매하는 음영만 천풍무인항공 대표, 서영우 풀러스 대표, 이현재 배달의민족 이사 등이 참석했다. 지방 벤처기업으로서 참석한 음 대표는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있다”며 “지방 분권을 강조하기 이전에 적극적으로 지역 벤처 기업에 지원을 해준다면 (기업인들이) 서울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현재 이사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나 벤처 신규투자 활성화 방안은 모두 우리 경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불법적인, 혹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상황을 한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테스트하는 규제 샌드박스는 다양한 폭으로 펼쳐져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여수=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