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1.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해 1,200원대를 상회하고 있고 서울 강남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7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만큼 일단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판단이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높은 환율과 다시 가팔라진 가계부채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으나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다시 자극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한은이 경계해왔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3% 오르며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확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 한국 경제에 과도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앞서가고 있는데 7월에 이어 이달 또 금리를 내리면 시장의 인하 기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며 “한은으로선 그런 결과를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연이어 내렸던 적은 IT 버블이 터졌던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딱 두차례다.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사실상 ‘제로’가 된다는 점도 한은이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했다면 기준금리는 1.25%로 역대최저다. 1.25%까지 기준금리가 내려갔던 적은 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 띄우기에 나섰던 2016년 6월 단 한차례다.
전문가들은 10월이나 11월 올해 남은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월 금리인하의 효과를 우선 확인해야 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이 성장세 둔화를 완충할 수 있는지를 보려 할 것”이라며 “3분기에도 성장세가 가시적으로 둔화하는지를 확인한 후에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