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부진한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이 2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폭탄에 맞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운용자산이 7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어 앞으로도 연기금에 기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에서 연기금은 2조4,908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인 2조2,93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달 다른 기관 매수주체인 금융투자는 6,891억원 순매도로 오히려 ‘팔자’에 나섰고 보험(1,750억원)과 투신(1,971억원), 기타법인(3,202억원) 등과 비교하면 사실상 홀로 지수를 떠받친 모양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수세를 지켜왔던 외국인은 이달 미중 무역협상과 한일 간 경제 갈등,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 등 여파로 대거 순매도로 돌아섰다”며 “기관의 투자심리도 위축된 가운데 연기금만 매수세를 지켰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은 종종 증시 급락기에 ‘구원투수’로 지목돼왔다. 초장기 투자자로 분류되는 만큼 손실을 ‘흡수’하면서 매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민연금의 지난 5월 말 현재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이미 국내 주식 비중(16.4%)을 넘어섰다. 또 국민연금은 사모펀드나 부동산, 벤처기업 등 채권과 주식 이외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를 점차 늘려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 수익률이 높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6.93%로 해외주식(19.85%)은 절반 이상, 해외채권(9.58%)과 비교해도 낮다.
또 안전판 역할을 하다 보면 기업에 대한 지분율 역시 높아져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확산과 맞물려 연기금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연기금이 역할 확대를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며 “연기금을 대체할 매수 주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