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부장관./ 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한일 양국의 갈등 해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외면한 채 자국민에게 한미갈등만을 부각하고 있어 사태를 해결하고 싶다는 아베 신조 내각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다음달 3일(현지시간) 출간될 저서 ‘콜 사인 혼돈: 지도력 배우기’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간 분열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통합된 모습을 보이고 동맹국과 가깝던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는 분열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대신 적대적인 부족들로 갈라져 서로 멸시하며 우리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티스 전 장관의 비판은 한일갈등에 따른 파장으로 미국의 동북아 안보이익이 훼손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갈등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 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국으로만 향하던 트럼프 행정부 내 실망감이 한일 양쪽으로 나뉜 것도 미국 조야의 목소리가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한일 어느 나라도 (결별의) 경제적 고통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일 간 경제교류의 긴밀성을 강조했다. 특히 신문은 한일 경제전쟁이 미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 뒤 “미국 당국자들로서는 북한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일본과 함께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한일갈등과 관련해 동북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한 한미일 군사·안보에 심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일본은 미국 조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발행된 일본의 중앙 일간지는 전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일 양측에 실망감을 표했다는 발언은 쏙 뺀 채 한미갈등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만 부각했다. 도쿄신문은 미국이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철회를 요구한 것과 한국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을 포함하며 ‘미한관계 삐걱’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미갈등 강조를 넘어 혐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뉴스도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일본을 향해 “정직해야 한다”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한 데 대해 “‘다케시마(일본 측 독도 명칭)’를 침략한 것은 한국”이라는 도발적인 사설을 실었다.
일본 언론의 사실관계 왜곡은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보도 통제가 심해진 점을 고려할 때 미국 내 ‘한일갈등 양비론’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내각이 미국의 우려를 애써 외면한 채 한일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평화헌법(전력보유 금지 및 교전 불승인) 개정을 위해 한국이라는 외부의 적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