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종합화학이 셰일가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이 수년 내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몸값을 높이기 위한 행보라는 풀이도 내놓는다. 특히 한화종합화학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동관·동원·동선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손자회사라는 점에서 한화종합화학의 몸값이 한화그룹 승계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종합화학글로벌에 1년 새 유상증자 형태로 4,314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지난해 6월 설립됐으며 한화종합화학 사업전략실장인 유문기 상무가 대표를, 한화종합화학 기획담당인 이인재 상무가 사내이사를 각각 맡고 있다. 미국과 호주, 동남아 등에 법인을 두고 신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이 신사업의 역점 지역으로 가장 힘을 쏟는 곳은 미국 시장.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한화종합화학으로부터 확보한 자금 가운데 싱가포르 법인에 출자한 1,200만유로를 제외한 총 3억5,994만달러(약 4,377억원)를 지분 100%를 소유한 미국 법인인 한화종합화학USA(Hanwha General Chemical USA Corp)에 총 9차례에 나눠 출자했다. 한화종합화학이 1년 동안 추가 출자한 금액의 대부분이 손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USA 금고에 들어간 셈이다.
한화종합화학USA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셰일가스 등 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휴스턴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7년 석유개발사업(E&P) 본사를 이전할 정도로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한 지역이다. 한화종합화학USA는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LNG개발업체 넥스트디케이드에 약 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현재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종합화학USA의 투자 실적에 따라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일정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전년 대비 16% 줄어든 4,7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주력 사업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시황 악화에 따른 신성장동력 확보 작업이 절실하다. 한화종합화학의 2대 주주인 한화케미칼(009830)은 올 2·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한화종합화학의 상장과 관련해 “자문사 선정 등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 2015년 체결한 삼성과의 주식계약에 따라 한화종합화학은 오는 2021년 4월30일까지 기업공개를 해야 하며 한화 측 요청에 따라 기한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 상장 시 자회사 한화토탈의 지분가치(지분율 50%) 등을 감안해 기업가치만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승계구도 작업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어 재계의 관심도 높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한화에너지(39.16%), 한화케미칼(36.04%), 삼성물산(20.05%), 삼성SDI(4.05%) 순이다. 이 중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이며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25%),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25%) 등 김승연 회장의 아들 세명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사실상 가족 회사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분가치가 에이치솔루션의 지분가치와 직결돼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3형제의 ㈜한화 지분율은 모두 합쳐 보통주 기준 7.78%에 불과해 한화그룹 경영권을 쥐기 위해서는 자금확보가 필수다. 업계에서는 이들 3형제가 향후 에이치솔루션을 상장해 자금을 마련한 후 ㈜한화 지분을 늘리거나 에이치솔루션과 ㈜한화 간의 합병을 통해 ㈜한화의 지분율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