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관련해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거래, 가격동향 등을 점검해서 관계 부처 협의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중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경기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분양가 상한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이 어려운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동산으로 횡재 소득을 얻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의지를 정부는 갖고 있다”면서도 “분양가 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이 있어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 발표하고 10월부터 시행한다고 했으나 기재부와 여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재부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부처간 엇박자 논란도 제기됐다. 홍 부총리는 “(국토부에서) 시행령 개정 작업 중이지만 이를 발표하는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 시기와 지역은) 개선안 발표 전에 세 차례 했던 것처럼 제가 주재하는 관계 장관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홍 부총리는 “조속히 외교적 대화로 매듭지어 경제적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지금보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 조처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상의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점검해 봤지만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면서 미국이 경제적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발표한 513조5,000억원(9.3%) 규모의 내년 예산안과 관련 “경제의 하방 위험에 선제적으로 뒷받침하는 확장적 기조로 세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증가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유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확장 기조가 증세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지적에는 “2019∼2023년 중기 재정계획을 짜면서 증세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증세는 정부가 마음을 먹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