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인 실리콘웍스(108320)가 삼성전자(005930)와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할 당시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제품 제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실리콘웍스 측도 파운드리 업체 다변화 차원에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는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매그나칩·동부하이텍·TSMC에 맡기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제품 제작을 다변화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재 실리콘웍스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 의존도가 20~30%로 가장 높다. 하지만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청주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데다 의존도가 너무 높아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시스템IC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이 가장 다양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파운드리 업체와도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실리콘웍스와 삼성전자의 협력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삼성과 LG가 지금까지 서로 협력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실리콘웍스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8K TV 협의체에 가입했다가 돌연 탈퇴한 바 있다. 탈퇴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LG 계열사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8K TV 협의체에 가입하면서 LG그룹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LG전자(066570)와 LG디스플레이 등은 현재 8K TV 협의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리콘웍스는 지난 2014년 LG그룹에 편입되기 전까지 대전에 위치한 연구 인력이 주축이 된 회사였기 때문에 LG그룹의 분위기를 몰랐을 수 있다”며 “실리콘웍스가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해 8K TV 협의체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LG그룹으로서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