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 의존한 성장률 한계 안팎 악재…올 2% 달성도 험난

[한은, 2분기 성장률 1%로 하향]
1분기 '-'서 회복세 보였지만
재정으로 경제 떠받친 착시현상
민간경기 침체에 수출도 빨간불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에 그치면서 정부 목표인 2% 초반대 성장률 달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1·4분기와 달리 2·4분기 성장률이 1%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정부 지출 효과로 인한 착시현상’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특히 민간 소비가 전기 대비 0.7% 성장에 그치며 GDP 성장률에도 못 미쳤다. 수입 증가세 역시 수출 증가세를 앞지르며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전기 대비 0.2% 포인트 하락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기대해왔지만 민간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재정에만 의존해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GDP 지출 자료에 따르면 민간 소비는 주류·담배·오락문화 등 개인의 기호 품목 부문에서 모두 감소했다. 의료보건과 교육 항목의 소비만 각각 3.0%와 5.0%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지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필수 이외의 지출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종소비지출 증가율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밑돌면서 오히려 저축률은 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인한 건강보험급여비 지출 증가 등으로 정부소비가 커지면서 정부지출의 국내 성장률 기여도는 전기 대비 1.2%포인트 늘어났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론과는 달리 소비가 진작되지 않는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생산성을 올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2%대 경제성장률 달성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부진도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어렵게 한다. 수출은 전기 대비 소폭 늘어 2.0%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수입 증가율이 2.9%로 더 가팔라 순수출은 감소했다. 한은은 반도체·자동차 등의 수출이 늘어 재화수출이 0.7% 증가한 반면 기계류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재화수입은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 6월(-13.5%), 7월(-11%)에 이어 8월에도 -13.6%를 기록하며 3개월째 연속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신성환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등의 상황도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 하반기에도 수출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교역량이 줄고 있어 경제성장률을 견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는 이미 시작돼서 하반기에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과의 갈등 문제로 수출규제 품목이 없을 때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고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국산화도 단시간 내에 해결될지 알 수 없어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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