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습니다. 알지 못했습니다. 모든 건 제 불찰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1시간 동안 △자녀입시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핵심 의혹들에 대해 2일 열린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답변은 듣기에 허망했다.“‘당시 제도가 그랬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나 몰라라 하지 않겠다”는 지난달의 입장과는 정반대였다. 더 많은 물음표만 한 아름 안게 된 기자들을 뒤로한 채 그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해명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국회를 떠났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조 후보자는 기자들에게 문자로 오후3시에 ‘조국 후보자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불과 세 시간을 앞두고서였다. 결국 방송사들의 카메라 준비로 30분 연기됐다.
명칭과 형식도 문제였다. 사회를 맡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내 ‘기자간담회’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던 홍 의원은 질문을 시시각각 통제하며 ‘질문자 지정권’을 행사했다. 기자도 10여 차례가 넘게 손을 들어야 질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추가 질문에는 “나중에 기회를 다시 주겠다”며 제지했다. 보좌진은 기자들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매번 마이크를 뺏어갔다. 더욱이 이번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민주당이 주장한 ‘국민청문회’나 다름없었다. 관련 증인 출석은 고사하고서라도 필요한 자료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만약 자료가 제출됐고, 관련 증인들이 모두 출석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의혹이 해소됐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조 후보자는 반박당하고 있다. 그는 “제 아이가 영어 좀 하는 편”이라며 딸의 제1저자 논문 의혹을 해명했지만,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의 외고 영어성적에 대해 “영어 작문, 영어 독해 평가는 상당히 하위 등급으로 대부분 6등급 이하”라고 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증이 끝났다”며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3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가 후보자의 시간을 사용했다. 이제는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국회의 시간이 끝난 게 안타깝다. 이제는 국민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궁금하다. 그의 말 어디서도 ‘기자들의 시간’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진실 규명을 위해 필요했던 기자들의 시간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