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대형병원 가면 진료비 부담 커진다

복지부,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
감기 등 본인부담률 단계적 인상
병원도 '패널티' 대형 쏠림 막기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
중증환자 입원율 30%로 상향
명칭도 '중증종합병원' 변경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복지부

앞으로 감기나 위장염 등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으면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진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형 병원 역시 경증 환자를 진료할 경우 수익이 나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의료보험 수가가 조정되고 정부 지원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명칭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되고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증 입원환자의 비율도 현재 21%에서 30%로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진료비가 낮아지면서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의료전달체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우선 정부는 제4기(2021~2023)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의 비중이 최소 21%이면 됐으나 이 최소비율이 30%로 상향조정된다. 아울러 중증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는 병원은 평가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경증환자 입원비율의 경우 기존 16% 이내에서 14% 이내로, 경증외래환자 진료비율도 기존 17% 이내에서 11% 이내로 각각 낮출 방침이다.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 진료를 진행하는 상급종합병원에 별도의 수가를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시행해 대형병원이 중증·심층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중증·경증환자 비율, 소아·희귀질환자·고위험임산부 비율 등 기준에 맞춰 해당 기관에 종별가산율, 진찰료, 입원료 등을 별도 적용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증 환자를 보는 상급종합병원에 일종의 패널티도 적용된다. 환자의 중증·경증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질 평가 1등급 기준으로 외래진찰당 8,790원이 지원되던 의료질 평가지원금도 경증 외래환자를 진료할 경우 지급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수가 종별 가산율 적용(30%)도 배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의료법을 개정해 상급종합병원의 명칭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해 의료기관의 기능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환자에 대한 수요 억제책도 내놨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경증질환을 앓고 있는 지방 거주 환자들이 서울·수도권으로 몰리면서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경증질환을 가진 외래환자의 경우 현재 60%인 상급종합병원 본인부담률 (종합병원 50%·병원40%·동네 의원30%)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물론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병·의원 이용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100개 경증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경증환자로 분류된다.

상급종합병원의 진료의뢰 체계도 환자가 병·의원으로부터 종이의뢰서를 발급받아 개별 제출하던 것에서 병·의원의사가 직접 의뢰·회송하는 시스템으로 개편된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병·의원에 진료의뢰서를 요구하거나 발급받아 선택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가다 보니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만연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해 다른 병·의원에서 직접 진료 의뢰한 환자를 우선 접수·진료하도록 평가항목에 반영하고, 의학적 판단이 아닌 환자 요구에 따라 의뢰하는 병·의원 의사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을 부과하는 등 추가 개선책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한 경증 환자나 상태가 호전된 환자가 지역 병·의원으로 돌아가는 회송도 활성화한다. 다만 회송 후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던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다시 필요해진 경우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지역 종합병원 가운데 ‘지역우수병원’(가칭)을 시범 지정해 지역주민들이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기관으로 육성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방안 연계도 검토할 예정이다.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고,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등 환자가 본인의 상태·질환에 따라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이라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될 경우 중증환자가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는 만큼 가벼운 질환이 있는 분들은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는 등 국민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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