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北 WMD 고수 하면 韓日서 핵무장론 거론 될 수도…北에 협상복귀 촉구

“트럼프, ‘향후 1년간 중대진전’ 전념”…재선국면서 임기내 성과 포석
주한미군 관련 비핵화시 “많은 전략적 재검토” 언급하며 여지 둬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계속 고수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국가 내에 핵무장론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미간 적대청산 조치에 대한 신속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전략적 재검토’의 여지도 열어뒀다. 특히 비건 대표는 기존의 속도조절론 기조와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앞으로 1년 동안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6일(현지시간)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모교인 미시간대 강연 및 대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행사에서의 기조 강연 이후 2개월 만의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강연 및 문답에서 WMD 무기 및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등을 거론, “우리는 북한의 계속되는 WMD 개발의 위험한 현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는 국제적 규범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에 대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 순간 추가 진전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외교관들의 협상 능력을 위태롭게 하는 적대의 정책 및 표출을 극복하고 협상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이 협력하는 것”이라며 약 70년간 이어져 온 북미 간 적대 관계 청산 및 이를 위한 협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북한은 기회가 지속하는 동안 관여를 위한 기회들을 추구해야 한다”며 ‘우회적 경고’의 메시지도 발신한 뒤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했다. 우리는 혼자서 이것을 할 수는 없다”며 북한에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시작할 때”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여전히 갖고 있고 나는 우리가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들은 부분적으로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포함된 확장 억지에 대한 신뢰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라며 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이 계속된다면 “어떤 시점에 한국이나 일본, 여타 아시아국가에서 그들의 핵 능력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우리가 집중적인 협상을 시작한다면 우리의 정상들이 고려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선택지를 창출하기 위해 각각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직접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상간 그리고 실무급에서 지난 1년간 북미간에 이뤄진 협상에 비춰볼 때 “(북미) 양쪽 모두 각각의 국민과 전 세계를 향해 미국과 북한이 대결로부터 불가역적 결별을 했다는 걸 선언할 중대한 조치들에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항구적 평화 체제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이어 “우리가 성공한다면 기회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성공한다면 북미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가 ‘보다 개방된’ 한반도를 통해 크게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다만 WMD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는 어떠한 부분도 결실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긴장 완화는 우리의 군사적 병력이 더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태세를 갖춰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북미 간 긴장이 완화된다면 군사적 병력은 항구적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속가능한 평화 및 협력을 구축한다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상호 보상’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의 이날 언급은 지난달 20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 후에도 북측의 불응으로 실무협상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해 북미 간 실무협상을 조속히 본궤도에 올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서의 주한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을 묻는 말에 “우리는 그것과는 매우 떨어져 있다”면서도 “‘전쟁에 대한 준비태세 유지 및 훈련’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향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역할’로의 전환에는 많은 ‘전략적 재검토’가 포함된다”며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비건 대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1년 동안 이러한 목표를 향한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진전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공유한다면, 그는 우리의 팀이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바꿀 준비가 돼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이 “서두를 것이 없다”는 그간의 속도조절론과 달리 ‘1년 내 주요 진전 달성’이라는 시간표를 다시 제시한 것을 두고 재선 국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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