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착한 ‘링링’ 세력 약화... 한반도 태풍 특보 모두 해제

역대급 강풍에 전국 피해 속출.. 사망자 3명에 달해

오후 8시 현재 천리안위성 2A호로 촬영한 한반도[기상청 제공] /연합뉴스

싹쓸이 바람으로 역대급 피해를 남기고 한반도를 지나간 제13호 태풍 ‘링링’이 7일 밤 북한을 통과하며 세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링링’은 이날 오후 7시 북한 자강도 강계시 남남서쪽 약 140km 육상에서 시속 48km로 북동쪽을 향해 진행하고 있다.

‘링링’은 앞서 서해를 통해 북쪽으로 올라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황해도 해주 남서쪽 30km 지역에 상륙했다.

한반도를 역대급 강풍으로 할퀴고 지나간 ‘링링’은 육지를 지나며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바다에서 수증기를 머금으며 점점 발달하지만 육지로 올라서면 지면과의 마찰 등으로 세력이 약해진다.


‘링링’은 북한을 관통해 자정께 중국으로 넘어간 뒤 8일 정오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북동쪽 약 550km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바뀌며 소멸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내려진 태풍 특보는 오후 9시를 기점으로 모두 해제된 상태다. 대신 강풍·풍랑 특보로 변경된다.

강풍에 처참하게 무너진 인천시 중구 신흥동 한진택배 건물 담벼락. 이 사고로 시내버스 운전기사 A(38)씨가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연합뉴스

하지만 ‘링링’이 지나는 시간 동안 한반도 곳곳의 피해는 적지 않았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 ‘링링’에 따른 사망자는 오후 7시 기준 3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시에서 강풍에 날아가던 지붕에 61세 남성이 머리를 맞아 사망했으며 인천에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38세 남성이 중구 인하대병원 후문 주차장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깔려 숨졌다. 앞서 오전에는 충남 보령에서 창고 지붕을 점검하던 75세 여성이 강풍에 날아가며 추락해 사망했다.

부상자도 적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모두 13명이 119구조·구급대에 구조됐다. 정오께 충남 당진의 한 건물에서 59세 남성이 바람에 날려 1.5m 아래로 떨어졌고 오후 3시 25분께 대구 북구에서 20대 여성이 바람에 날아온 나무판자에 얼굴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옥외 간판과 지붕 안전조치를 하다 다친 소방공무원 3명과 경찰관 4명을 합하면 부상자는 20명에 이른다.

이 밖에도 정전 피해로 전국의 12만 7,801가구에서 전기가 끊기는 사고를 겪었다. 오후 7시 기준 9만 1,873가구에 전기가 다시 들어왔으나 나머지는 복구 작업 중이다. 또 민간시설 128곳, 공공시설 36곳 등 전국적으로 164곳에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농경지 7,145㏊에서 벼가 쓰러지거나 과일이 떨어지는 피해를 봤다. 비닐하우스 피해 면적은 42㏊로 집계됐다. 제주에서는 넙치 2만2,000여마리가 질식사하고 돼지 500마리가 폐사했다. 공공시설물 중에는 전남 가거도에서 방파제 공사장 옹벽이 유실됐으며, 학교 25곳(제주 21곳, 전남 4곳)에서 외벽이 떨어져 나갔다. 합천 해인사에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가 강풍에 쓰러지고, 사적인 진주시 성곽 일부가 파손되는 등 문화재 10곳도 피해를 봤다. 강풍으로 쓰러진 가로수는 560그루로 집계됐다. 항공기는 13개 공항의 국제선 71편과 국내선 161편 등 모두 232편이 결항했다. 목포와 마산, 여수 등을 오가는 100개 항로의 여객선 165척도 발이 묶였다.

기상청은 “서울과 경기, 강원, 충남 서해안에는 8일 새벽까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링링’에 부러진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합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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