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플랫폼 기반의 사업 모델을 갖춘 IT(정보통신) 기술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IT기술과 인공지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에서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글로벌 시총 상위 기업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1위는 1조530억달러(약 1,257조원)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다. 애플(9,430억달러), 아마존닷컴(8,790억달러), 알파벳(8,250억달러), 버크셔해서웨이(4,970억달러), 페이스북(4,470억달러), 텐센트(3,960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시총 증가가 두드러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말 7,710억달러로 애플(7,410억달러)를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시총이 2,820억달러 늘어나 이 기간 금액 기준 시총 증가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애플은 2,020억달러, 아마존닷컴이 1,560억달러, 페이스북 1,270억달러, 알파벳 1,010억달러씩 각각 증가했다.
과거 시총 상위를 차지하고 있던 에너지·금융기업은 밀려나는 추세다. 2011년까지 1위는 엑슨모빌, 페트로차이나 등 에너지 기업이었으나 2012년 애플에 1위를 내줬고 올해 8월 말 기준 엑슨모빌은 14위에 그쳤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에 따른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진으로 장기간 지속된 원유 가격 약세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2007년 말 씨티그룹(4위), 뱅크오브아메리카(8위), 중국공상은행(9위) 등 상업은행 중심으로 시총 상위에 포진해 있던 금융기업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및 금리 하락의 여파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8월 기준 시총 상위 10위권 금융기업은 버크셔해서웨이(5위), JP모간체이스(8위) 뿐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총 상위 기업 순위 변화는 기업의 성장 전략이 과거의 외형적 규모 확대에서 플랫폼 기반의 사업모델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정 연구위원은 “기업의 투자, 인수합병(M&A) 같은 외형 확대보다는 기술 혁신에 기반해 구축된 플랫폼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