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이면 따라붙는 '차이나테크'...韓 미래먹거리 8K·5G 위협

[IFA 2019-더 커진 차이나 파워]
'한집 건너 한집'이 중국 전시관 "IFA 아닌 CFA"
TCL 등 '8K TV' 물량 공세...삼성·LG에 도전장
화웨이선 세계 첫 5G폰용 통합칩 '기린990' 공개
한국 "브랜드 가치 높여 中 업체와 차별화 필요"


‘IFA 2019’ 화웨이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5G폰용 통합칩 ‘기린 990’을 이용한 페이스 AR을 체험해보고 있다. /권경원기자

‘IFA 2019’에 마련된 중국 가전업체 TCL의 전시장. TCL은 이번 IFA에서 중국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7종의 8K TV 제품을 출시했다. /고병기기자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미래 먹거리인 8K TV와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을 차이나테크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중국 업체들과의 시간 격차는 불과 6개월도 되지 않는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위협에 화웨이 등 중국 IT 강자들이 유럽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 스마트폰·TV·IT기기 등 모든 제품이 차이나테크에 앞자리를 내줬다. IFA가 아닌 CFA(China Fiscal Asoociation)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경영진은 “중국 업체들이 기술을 쫓아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8K TV도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올해 IFA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8K TV다. 올 초 CES까지만 해도 8K TV를 내놓지 않았던 TCL·스카이워스·하이센스·콩카 등 대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8K TV를 대거 공개했다. 특히 TCL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8K TV와 5G를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중국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7가지의 8K 제품을 전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TCL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워스는 삼성전자보다 큰 120인치를 비롯해 88인치·75인치 등 3종류의 8K 제품을 선보였으며 하이센스도 8K TV 제품 2종을 공개했다. 콩카는 LG전자와 비슷한 형태의 월페이퍼 8K TV를 전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IFA에서 처음으로 8K TV를 공개한 지 불과 1년 만에 차이나테크가 8K TV 시장의 주류가 된 듯한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한국 업체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TCL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의 전시장을 먼저 가볼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 업체들의 동향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김현석 삼성전자 생활가전(CE) 부문장(사장)은 중국 하이얼의 전시장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제품을 살펴봤다. 특히 김 사장은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냉장고 ‘패밀리허브’와 유사한 하이얼의 냉장고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5G 삼성 제쳤다” 자신하는 화웨이=IFA의 주연이 삼성·LG 등 한국 업체라면 표지인물은 화웨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6일 개막 기조연설에서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용 통합 칩셋 ‘기린 990’을 공개했다. 기린 990은 오는 19일 독일 뮌헨에서 발표하는 플래그십폰 ‘메이트30’에 적용되면 5G 시스템온칩(SoC)이 상용화된 전 세계 첫 사례가 된다. 유 CEO는 기조연설에서 IT 트렌드 소개보다 삼성전자를 정조준했다. 그는 “퀄컴(스냅드래곤)과 삼성전자(엑시노스)는 4G SoC와 5G 모뎀을 함께 쓴다”며 “삼성전자가 며칠 전 5G 통합칩을 발표했지만 언제 스마트폰에 적용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일 첫 5G 통합 칩셋 ‘엑시노스980’을 공개하고 올해 안에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 IFA 전시장은 기린 990이 적용됐을 때 스마트폰과 AI 등의 성능 개선을 직접 살펴보려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웨이가 칩셋과 함께 전시한 페이스 증강현실(AR)은 얼굴 움직임과 심장박동수 등을 분석해 얼굴 표정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는 AR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중국 업체들의 5G 스마트폰 공개도 잇따라 이뤄졌다. 샤오미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에서 공개했던 5G폰 ‘미 믹스3 5G’를 전시했다. 하이센스 역시 내년 출시 예정인 5G 테스트폰을 전시했다. 레노버 모토로라는 5G 통신용 모듈을 별도로 장착해야 하는 모토 Z4를 내놨다. 모토로라는 올해 1·4분기 미국에서 모토 Z3로 ‘첫 5G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후속제품인 모토 Z4는 Z3와 마찬가지로 단말기 자체가 5G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5G 모듈을 끼워 넣으면 5G폰으로 변신한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한국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IFA에서 만난 한 가전업체 대표는 “기능이나 디자인 등 하드웨어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이 많이 따라왔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 소비자들에게 다른 가치를 심어줄 수 있어야 중국 업체와의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고병기·권경원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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