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라면 마음 한편에 가업승계에 대한 고민을 항상 담아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업을 물려주겠다는 큰 의사결정을 했어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대해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여건 또한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업승계 트렌드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절세’에 절대적인 초점이 맞춰 있었다면, 최근에는 ‘납부재원 마련을 통한 원활한 가업승계’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업승계의 대표적인 절세 혜택인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업종 변경 제한, 고용유지 요건 등 여러 사후관리 요건으로 이행이 어렵다고 예상돼 이러한 변화가 생기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납부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최근 많이 활용되는 방안 가운데 차등배당이 있다. 차등배당이란 법인의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균등하게 배당받지 않고 주주 간 배당을 달리하는 배당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90%, 자녀가 10% 지분율로 주주가 구성된 회사를 가정해보자. 만약 이 회사에서 배당금을 1억원 지급한다면 아버지가 9,000만원의 배당금을, 자녀가 1,0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1,000만원의 배당금을, 자녀가 9,0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다면 자녀는 지분율 10%에 해당하는 배당금 1,000만원 보다 8,000만원을 더 수령하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배당을 차등배당 또는 초과배당이라고 한다. 이러한 차등배당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까.
먼저 상법상 이슈가 있다. 상법에서는 주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배당은 위법으로 무효이므로 차등배당은 부당이익반환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주들이 가족구성원으로 이뤄진 가족회사의 경우 이해관계가 모두 일치한다는 가정하에 상법상 이슈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이야기한다면 가족회사가 아닌 경우 차등배당은 원천적으로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증여세 이슈다. 앞의 사례에서 자녀가 본인의 지분율보다 8,000만원을 초과 수령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내 증여받은 자산이 있는지 등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차등배당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해주는 추세다.
자녀의 소득세도 고려해봐야 한다. 앞의 사례에서 자녀는 총 9,0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된다.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면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2,000만원이 초과하면 초과 이자배당소득과 다른 종합소득(근로·사업·연금·기타소득)을 합산해 종합소득세 신고납부를 해야 하므로 종합소득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건강보험료 증가도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사전에 차등배당으로 인한 예상 현금흐름을 점검해봐야 한다. 이외에 회사 내 여유자금 보유 여부, 자금 계획, 향후 상장 여부 등 여러 요소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차등배당뿐만 아니라 ‘납부재원 마련’을 위한 다른 방안들도 마찬가지다. 장점이 있는 반면 그 이면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장단점이 회사 현황과 융합돼야 하기 때문에 컨설팅 과정에서 백화점 기성복 같은 천편일률적인 승계전략이 나오기 어려운 점이 있다. 반드시 여러 분야별 전문가를 통한 컨설팅을 거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