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합위기 오는데 ‘임명 강행' 후폭풍 걱정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끝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조 장관을 비롯한 4명의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마무리를 조 장관에게 맡기고자 한다”며 임명 배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둘러싼 찬반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에게 송구하다면서도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잘못된 청문회 제도와 정치권의 책임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이 여론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함에 따라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국은 이미 시계 제로 상태다. 야권에서는 조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제출은 물론 국정조사, 특별검사 수사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 내년 예산안 심사, 민생법안 통과 등 국회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무위원 인사권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함에 따라 국론분열과 진영대결은 더욱 극심해지게 됐다.

더구나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우리 경제에 전례 없는 복합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외교·안보·경제 등 전 분야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미중 무역전쟁에다 일본의 수출보복, 북핵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내수부진 등으로 경제성장률 1%대 추락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나라 전체가 똘똘 뭉쳐도 위기극복이 어려운 때에 국론통합이 아닌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인사를 강행했다. “우리 편만 옳다”는 분열의 정치로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분열의 정치로 나라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쪼개진 민심을 보듬고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것이다. 국론분열이야말로 경제는 물론 정치개혁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그러자면 국민을 바라보는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여기서 더 국론이 분열되면 망국의 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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