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리더십 갈수록 흔들

경기침체 길어지고 연금법 후폭풍
지방선거서 집권당 의석 1/3 잃어
중앙銀 성장률 하향 "최악땐 0.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통합러시아당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모스크바의 시의회 선거에서 기존 의석의 3분의1을 잃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민심이 푸틴 대통령에 속속 등을 돌리는 결과로 풀이된다.

러시아 RIA통신에 따르면 통합러시아당은 이날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를 통해 전체 45석 중 25석을 획득했다. 과반 의석은 유지했지만 기존 40석에 비하면 15석이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야당인 러시아공산당은 기존 5석에서 13석으로 의석을 늘리며 약진했다. 종전에 의석이 없던 반정부성향 야당인 야블로코당과 공정한러시아당도 각각 3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모스크바 시의회 의원 외에 16개주 주지사와 13개주 지역의회 의원을 선출했지만 수도 모스크바의 선거 결과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가 정치적 풍향계”라고 설명했다.

푸틴이 이끄는 집권당의 부진은 러시아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와 유가 폭락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2000년대 후반에만 해도 5% 이상 성장했던 러시아 경제는 지난 수년 동안 1~2% 수준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했으며 올해는 1%를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0~1.5%에서 0.8~1.3%로 하향 조정하며 0%대 성장 가능성을 열어 뒀다.

푸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법 개혁도 민심 이반의 원인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정년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연금법 개정안에 서명해 여론 악화를 초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국영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4년 70%에서 올해 30%대로 떨어진 상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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