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듀폰 웨이퍼 사업 품고 전력 반도체 시장 선점 '가속 페달'

5,400억 들여 원료사업부 인수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생산공장 위치.

SK실트론이 글로벌 최대 화학사인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하며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 시장 확대에 대비한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다운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와중에 공격적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수다.

SK실트론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인허가 승인절차 등을 거쳐 연내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SiC 웨이퍼는 전압과 열에 강해 냉각장치의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되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다. 최근 각국의 친환경 규제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데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경우 SiC 웨이퍼 수요가 급속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 등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전력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올해 13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에는 52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는 독자 생산설비 설계 및 운영 노하우 등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 업체 다수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150㎜ 크기의 SiC 웨이퍼를 자체 설계하거나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듀폰 등 몇몇 업체에 불과하다. SK실트론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전력반도체용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미국 현지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SK그룹사 내에서 SK실트론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은 지난 2017년 SK그룹에 인수된 후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LG그룹 산하였던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332억원 수준이었지만 2017년 1,324억원, 2018년 3,781억원으로 수직 상승 중이다. 이번 투자로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성장동력을 추가로 확보한 만큼 이 같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전기차’ 관련 사업 분야에서도 그룹사 간 향후 시너지가 기대된다. SK하이닉스(000660)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중심이지만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중심으로 차량용 반도체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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