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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당시 메르스 판정 후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 책임만 인정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남수진 판사는 메르스 환자였던 A 씨의 유족이 건양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건양학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A 씨의 아내에게 2,057여만 원을, 자녀들에게 각 871만여 원을 지급하라”면서도 “병원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A 씨는 2015년 5월 28∼30일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가 옮은 ‘16번 환자’와 건양대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이용했다. 그는 그해 6월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열흘 뒤 사망했다. 병실에서 A 씨의 간병인 역할을 했던 그의 부인도 격리 조치된 후 메르스 판정을 받았으나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유족은 “병원이 감염성 질환자로 의심되는 16번 환자를 망인과 같은 병실에 입원시켰다”며 “병원의 과실로 망인이 메르스에 걸려 사망했고 A 씨 부인은 감염, 자녀는 격리처분 됐으니 정부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우선 보건 당국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은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 신고를 받고도 진단 검사를 지연했다”며 “또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 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과실과 A 씨의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병원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에 대한 의심 신고가 들어온 직후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이뤄졌다면 16번 환자는 망인과 같은 병실로 전원하기 전 격리됐을 것”이라며 “1번 환자의 확진이 지연됐더라도 병원에서 접촉자 범위를 확대했다면 접촉 전에 격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6번 환자 입원 당시 병원은 그가 격리가 필요한 감염성 질환에 걸렸다고 보지 않았고 16번 환자에게 N95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은 것 또한 정해진 지침이 없으니 감염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병원 책임은 부정했다. 재판부는 자녀의 격리조치로 인한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으며 국가의 과실 정도와 내용, 망인의 병력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액수를 산정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