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법판결 후 첫 현장경영…"불확실성 클수록 흔들림 없어야"

우면동 삼성리서치 직접 방문
AI·AR 등 차세대 기술전략 논의
추석연휴엔 해외사업장 방문할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를 방문하며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선 것은 지난달 26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은 뒤 16일 만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에게 상고심 선고를 내린 뒤 첫 외부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에도 흔들림 없이 현장경영을 이어가며 위기 돌파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재계는 풀이하고 있다.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찾아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차세대 기술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리서치의 주요 연구과제 진행 현황을 보고받고 차세대 통신기술·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로봇, 증강현실(AR) 등 선행기술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삼성리서치 연구소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 등이 함께했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통합 연구 조직으로 세계 14개 연구거점에서 1만여명의 연구개발(R&D) 인력들이 AI·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신기술과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융복합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삼성의 경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이에 영향받지 않고 이전처럼 직접 삼성의 위기경영을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이 아니라고 본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된 만큼 최근 활발했던 그의 현장경영 행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삼성의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을 재개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임직원에게도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또 이날 “오늘의 삼성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였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꼭 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R&D 허브인 삼성리서치를 찾은 것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강도 높은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AI,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하고 약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베트남 등 해외 사업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설 연휴 때 중국 시안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찾아 추가 생산라인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설이나 추석 연휴 기간 해외 현지 사업장을 찾거나 해외 고객사 대표 및 정상급 인사를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2016년 설 연휴에는 미국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같은 해 추석 연휴에는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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