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뒤늦게 2030 달래기..청년들 "면피용 아니길"

■ 청년단체와 비공개 간담
"입시 등 출발선 공정한가" 지적에
曺 "대안 마련"..별도 사과는 안해

조국(왼쪽 일곱번째)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조 장관의 가족을 ‘금수저 가족’이라고 비판했던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만나 ‘정의·공정·희망’ 사다리 앞에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법무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이틀 만에 청년단체와의 대담에 나서며 ‘청년 달래기’에 나섰다. 첫 점심식사를 법무부 내 젊은 직원들과 함께한 데 이어 첫 일정 또한 청년단체와 함께하며 ‘2030’을 본격 겨냥한 것이다. 후보자 시절에 ‘공정성’ 문제로 젊은층으로부터 비난이 집중된 상황에서 추석 민심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청년단체 ‘청년전태일’과 1시간 20분가량 비공개 대담을 가졌다. 청년전태일은 조 장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딸을 둘러싼 특혜 의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청년들 중심의 시민단체다.


청년전태일 측은 대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이 오늘 청년들과의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지고,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다른 이 사회에 대해 청년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먼저 밝혀둔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입시제도·비정규직·최저임금 등 평범한 청년들이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이 주로 전달됐다. 청년전태일 측은 “‘고졸’이라는 신분이 사회에서 어떻게 멍에가 되는지,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조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딸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조 장관에게 입시비리와 관련해 청년들의 출발선이 공정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저희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받은 층에 속한다”며 “(논란에 대해) 합법·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께 드린 실망이나 분노를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대담을 열었다. 다만 별도의 유감이나 사과를 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건설업계 노동자 서원도(32)씨는 “특별히 사과의 표현은 없었다”면서도 “청년들의 말을 들으며 느끼는 게 많으셨던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김지윤씨는 “조 장관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며 “말보다는 앞으로의 행보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담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조 장관은 “제가 말하기보다는 주로 (청년 쪽의) 얘기를 들었다”며 “하나하나 아픈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청년의 얘기를 듣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대담 자리가 마련된 취지를 설명했다. 딸 관련 의혹에 대한 얘기가 나왔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수사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보고를 받았나” “서울대에 휴직계를 낸 이유가 무엇인가” 등 질문에 대해서도 “오늘 행사 가지고만 얘기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과천=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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