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가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이 펀드로부터 투자받은 업체 대표가 결국 구속을 피한 가운데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으로 피의자들의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무죄 가능성이 있을 때 영장 기각 사유로 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이 두 사람 모두에게 없는 것을 두고 법원 역시 ‘조국 펀드’ 관련자들의 유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상훈(40) 대표와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54)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열고 이들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 대해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관련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종된 역할, 횡령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 수사에 임하는 태도, 범죄전력,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참작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역할, 범죄전력,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고려하면 역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요컨대 명 부장판사는 구속 심사 과정에서 이 대표와 최 대표 모두 피의 사실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있으며 증거도 인멸 우려가 없을 정도로 충분하게 확보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법조계는 특히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무죄 가능성이 있을 때 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기각 사유가 보이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피의자들이 핵심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을 자백하면서 사실상 일부 유죄는 받아들이기로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법원은 지난 5월 ‘성매매 알선·횡령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씨와 7월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를 든 바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구속 영장 기각이 검찰 수사에 반드시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이날 영장 기각 직후 “범행 자백, 증거 확보, 주범이 아닌 점, 수사 협조 등 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며 “검찰은 차질 없이 수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이모(가운데) 대표가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링크PE는 지난 2017년 조국 장관 일가가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코어)’의 운용사다. 블루코어펀드는 14억원 가운데 13억8,500만원을 웰스씨앤티에 투자했고, 이후 이 회사의 관급공사 수주액이 크게 늘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대표는 2017년 7월 블루코어에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두 자녀로부터 10억5,000만원을 출자받기로 해놓고 표면적으로는 조 장관 전 재산보다 많은 74억5,500만원의 납입을 약정하면서 이면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냐는 혐의도 받는다. 코링크PE의 또다른 사모펀드인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를 통해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 등을 인수, 회사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직원을 시켜 사무실의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최 대표는 웰스씨앤티 회삿돈 10억원 안팎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0일에는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금 흐름에 대해 최 대표와 말을 맞추려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달 9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대표에게는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