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오른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경기·인천 신입당원 교육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바른미래당 퇴진파들이 추석을 기점으로 손학규 대표 사퇴를 위한 ‘직접 행동’을 예고했지만 야권의 기류 변화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국 장관 임명을 계기로 형성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반조국연대’가 자칫 바른미래당의 내부 분열로 깨질 수 있어서다. 반문·반조국을 기치로 한 보수연대의 기반은 마련했지만 정작 퇴진파에겐 당내 상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가 곤란해졌다.
추석은 바른미래당 퇴진파가 대표 퇴진을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한 시점이었다. 손 대표가 “추석 때 당 지지율이 10%가 되지 않는다면 사퇴하겠다”고 직접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 지지율은 추석을 지난 후에도 두자릿수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손 대표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분명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한 오신환 원내대표의 입장도 변함이 없다. 다만 손 대표 측 입장은 다르다. 기자들이 최고위원회의 백브리핑 등에서 ‘추석 사퇴론’에 대해 묻자 그는 “퇴진파들이 거듭 대표 사퇴론을 꺼내고 당을 흔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추석 이후 대표와 퇴진파 사이 또 한 번의 충돌은 불 보듯 뻔했다.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손 대표에게 ‘반조국연대’의 손을 내밀며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과 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려면 자유민주주의 가치 아래 모든 세력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한 후 곧바로 손 대표를 찾아갔다. 5분 간의 비공개 회담에서 황 대표는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가 ‘조국 파면’이기 때문에 모든 정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조 장관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 향후 어떻게 할지 논의해보자”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표 간의 ‘반조국연대’의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보수권 관계자들은 흩어진 보수 세력을 다시 모을 깃발로 ‘반문 연대’를 꼽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 보수 세력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조금씩 다르다. 그 차이를 무리하게 좁히려고 하기보다는 ‘문재인 정권’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서 뭉칠 때 실질적인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조국 장관 임명은 절호의 기회로 다가왔다. 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찬반으로 진보와 보수가 양쪽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보수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반문·조국’이라는 지금의 상황이 일종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규탄 현장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퇴진파의 고민은 이 시점에서 외치는 ‘퇴진론’이 반조국연대를 깨는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황 대표와 손 대표가 손을 맞잡은 순간 기류가 변한 것은 사실”이라며 “손 대표를 퇴진시키기 위한 명확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내분이 장기화될 경우 반문·반조국 연대의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손 대표를 향한 퇴진론은 반조국 연대의 파열음 내게 되는 틈새가 되고 선거 연대도 요원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손 대표에 대한 당권파와 퇴진파 사이의 골은 조국 연대를 넘기 어려워보인다”며 “장외투쟁을 하는 등 퍼포먼스가 이어져나가야할 상황인데 손 대표 측과 여기에 반대하는 최고위원이 따로 움직이게 되면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